지난해 말 세계 CDMA단말기 시장 개척에 처음 나선 이래 올들어 달러박스로 부상한 이동통신단말기 산업이 심각한 위기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내적으로 국내 진출 외국기업들이 한국을 자사의 설계 기지화하고 있는 가운데 CDMA신화를 창조한 국내 기업들의 핵심인력을 흡수하고 있고 이제 갓 피어난 수출시장에서는 국내기업끼리 가격경쟁을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IMT2000 서비스에 대비해 기술개발에 나서야 하는 국내 업체들은 기술력과 제품가격에서 동시에 경쟁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 위기의 CDMA단말기 산업을 인력유출, 해외시장 경쟁 양상 면에서 진단하고 대책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
인력 유출
「A사 ○○○ 1억5000만원, B사 ○○○ 2억원, P사 1억5000만원 ….」
모 대기업 영업이사 Q씨의 수첩 뒷면에는 이같은 국내 유수 엔지니어들이 외국기업으로 옮겨가면서 받은 스카우트 비용과 명단이 빼곡히 적혀 있다. 줄잡아 20여명이 넘는다. 그의 설명을 들으면 수첩에 적힌 내용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각사별로 줄잡아 30명이 넘는 4∼5년차 인력들이 줄줄이 국내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대만·핀란드 등 외국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웬만큼 설계에 눈뜬 핵심인력들이 이처럼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는 현상에 대해 주요 이동통신단말기 제조업체들은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렇다할 대안은 별로 없다.
『100만원 정도의 격려금을 주고 3∼4일 휴가를 주는 것으로 마감합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더욱더 강력한 사기진작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전직 대기업 기술연구소 책임자였던 한 기업인의 얘기다.
『조건만 맞으면 1억5000만원에서 2000억원의 스카우트비에 연봉 7만∼8만달러 규모의 조건을 제시하는데 마다할 연구원이 어디 있겠습니까』고 털어놓는다.
문제는 이로 인해 반도체와 함께 양대 수출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동통신단말기 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데 있다.
각사에서 30∼40명씩 인력이 유출되고 있는 실상은 주요 이동통신, 정보통신 전문업체들이 올초부터 1년 내내 인력모집 광고를 내는 것만 봐도 손쉽게 알 수 있다. 삼성전자·LG정보통신·현대전자 등 내수에서만 올해 4조5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는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인력교육에 부쩍 바빠졌다.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야 가전·반도체 등 자체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타부문의 인력을 확보하면 되지만 여타 기업의 경우는 그렇지도 못해 속을 끓이고 있다. IMT2000 개발은커녕 6개월 주기의 신모델 개발에도 영향을 받을 정도라면 사태는 심각하다.
인력확보 대책은 없는가. 눈을 국내에 진출한 정보통신 외국 업체들로 돌려보자. 루슨트 같은 세계적 기업에서 보듯 연구원의 출원특허를 회사재산으로 보유하는 것은 전세계적 공통 추세다.
그러나 벤처기업으로 시작한 미국 퀄컴사는 CDMA관련 600여개의 특허를 출원한 연구원들에게 철저하게 실적에 따른 로열티 산정을 제도화하고 있다. 미국의 모토롤러 같은 회사는 일반 연구원이 장비구입을 요청하더라도 합당하다고 인정되면 즉각 구입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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