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디지털 엔터프라이즈

김춘상 한국IBM 제조장치영업 총괄담당 전무

 21세기와 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두고 제조업체들이 새로운 비전과 가치창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고 신제품 개발의 주기를 단축하는 핵심 역량 기술로 「디지털」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북미 및 유럽에서는 이 기술의 구체적인 구현사례로 「디지털 엔터프라이즈」라는 새로운 형태의 기업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한다. 「디지털 엔터프라이즈」란 제품에 관련된 모든 과정, 즉 개념설계에서 상세설계, 생산 및 사후 서비스까지를 일련의 프로세스로 엮는 것이다. 이 일련의 프로세스를 흐르는 모든 데이터를 디지털화하고, 공정을 간소화하고 생산을 모듈화하는 등 최상의 공정(Best Practice)을 재정립하며, 기업 내의 누구라도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기업의 모든 프로세스가 표준화되고 디지털화한 상태를 이야기한다.

 국내 제조업계에서도 기업 전체의 공정이 디지털화되지는 않았지만, 설계분야에서의 디지털화는 매우 많이 진행되어 있는 상황이다. 소위 디지털 모크업(Digital Mockup)이라는 설계기술은 자동차나 각종 전자제품, 심지어는 비행기까지 모든 부품들을 컴퓨터 내에서 3차원 입체형상으로 그려낸다.

 이러한 기술은 디자인이나 설계뿐만 아니라 생산현장에서도 활용된다. 「디지털 매뉴팩처링」이라는 기술을 이용하여 가상의 공장(Virtual Factory)을 설계하고 로봇이나 조립설비 등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치, 운용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그러나 디지털 엔터프라이즈가 추구하는 것은 설계나 생산의 디지털화 차원을 넘어 영업과 서비스 및 상품기획의 단계에까지 그 기술을 응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인터넷기술을 통하여 시장의 흐름과 고객의 취향을 수집하여 신제품 개발에 반영하는 것이다.

 디지털로 구성된 제품의 모델데이터로 잠재고객을 대상으로 반응을 테스트할 수 있으며, 영업과 제품 인도의 기반 프로세스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전자상거래를 이용한다. 기존의 영업방식에 혁신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기업의 경쟁력을 MS3, 즉 Market Size×Market Share×Margin on Sales로 표현한다. 즉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이제까지 전통적으로 중시해왔던 시장점유율의 향상뿐 아니라, 제품당 이익률의 확보, 시장의 확대와 새로운 시장의 창출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먼저 시장점유율 향상을 위해서는 소비자 지향의 신제품을 조기에 출시하고 조기에 효율적인 생산계획을 수립하는 등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는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 혁신과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구축 등으로 가능하다.

 또 제품당 이익률 증진을 위해서는 제품설계의 질을 높이고 설계변경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리고 변경된 설계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 생산과정에 조기 반영하여 개발비용을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국내 제조업체들도 PDM(Product Data Management)시스템 구축을 적극 추진해 왔다. 더 나아가 혁신적인 개념의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상품기획 단계부터 제품의 사양이 확정되기까지의 개념설계 및 상세설계 과정을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최근에 이 영역을 VPDM(Virtual Product Development Management) 시스템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디지털 엔터프라이즈 구현의 근간이 되고 있다.

 21세기 제조업의 경쟁력은 기업내 모든 업무의 디지털 프로세스화가 그 성공의 관건이다. 볼보·크라이슬러·보잉 등 대부분의 세계적인 제조업체들은 이미 디지털 엔터프라이즈를 지향하여 모든 프로세스를 재구축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계의 21세기 디지털시대 글로벌 경쟁력도 「디지털 엔터프라이즈」의 비전을 얼마나 현실에 맞게 구현하느냐에 좌우될 것이 분명하다. 정확한 디지털시대에 대한 경영비전을 정립하고 이의 실현에 모든 경영의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