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 에로비디오 "봇물"

 화제를 모은 영화·책·사회적인 사건 등을 모방한 이른바 패러디 비디오가 유행하고 있다.

 현재 이같은 패러디 포맷을 적극 활용한 작품은 「주재소 습격사건」 「구멍가게 습격사건」 「탈옥녀 신창순」 「나도 때론 포르노 주인공이고 싶다」 등 무려 10여편에 이를 정도. 하나같이 최근 세인들의 관심을 끈 영화나 책 제목 등을 소재로 한 것이다.

 이 가운데 우리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의 제명을 패러디한 작품이 가장 많다. 최근 비디오대여점에 선보인 「주유소…」 제명을 딴 비디오는 「주재소 습격사건」 「구멍가게 습격사건」 「자취방 습격사건」 등 무려 3개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들 비디오는 예외없이 에로물이라는 것이 공통점이다.

 「주재소 습격사건」(유호프로덕션)은 슈퍼 울트라 메가D램의 개발을 두고 벌어지는 한국과 일본·북한의 첩보전을 표방하고 있으나 선정적인 화면으로 일관하고 있고, 「구멍가게 습격사건」(필름타운)과 「자취방 습격사건」(시나브로)도 내용과는 무관하게 제목만 패러디했을 뿐이다.

 부천 판타스틱영화제에서 시티즌 초이스상을 수상한 「당신의 다리사이」 아류작도 있다. 「세여자 다리사이」(골든캠프)는 「당신의…」의 그것과 제목만 엇비슷할 뿐 내용과 주제는 전혀 딴판이다. 각자 자기 직업을 갖고 있는 여성 3인의 자유로운 성생활만 나열해 놓고 있다.

 최근에 나온 「탈옥녀 신창순」(핑크하우스)은 부산교도소를 탈출, 2년 동안 경찰을 우롱하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탈옥수 신창원사건」을 패러디한 것. 탈옥수 신창원의 도피행각과 비슷하다고 하지만 이 역시 제목만 패러디한 에로물이다.

 세간의 화제를 불러모았던 탤런트 서갑숙씨의 「나도 때로는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의 책 제목을 딴 비디오도 나와 있다. 「나도 때론 포르노 주인공이고 싶다」(시나브로)는 화제의 책 이름만 교묘히 가져다 옮겨놓았을 뿐 동명 소설과는 전혀 무관한 영화다.

 이같은 현상은 원작의 유명세를 업고 재미를 보겠다는 이른바 한탕주의에서 비롯된 것. 따라서 패러디의 멋인 풍자와 위트 같은 것은 기대할 수조차 없다. 한때 「…부인 바람났네」가 유행하자 너도나도 유사한 제목의 비디오를 양산한 때와 똑같다.

 이에 대해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원작자가 이의를 제기해오지 않는 한 이같은 움직임을 막을 방도가 없다』면서 『제목만 유사하게 패러디하는 것은 관객은 물론 해당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현상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도 『줄거리는 접어둔 채 제목만 그럴 듯하게 「포장」하는 것은 어찌보면 관객을 모욕하는 행위로 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좀더 제목을 가지고 천착하는 자세와 소재개발의 노력이 아쉬운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위년기자 wn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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