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년대 한국개발연구원은 경제성장의 중추역할을 했습니다. 디지털경제시대에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그 역할을 이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지식사회로 가려면 정부의 정책부터 산업구조, 기업경영, 그리고 국민들의 생활 풍속도까지 모두 변해야 하지요. 우리 연구원들에게는 21세기 디지털 르네상스시대를 열기 위한 방법과 모델을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김효석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은 평소 연구원들에게 디지털시대를 이끌어가야 할 사명감을 강조한다. 초고속망이 깔리고 1인 1PC 시대가 와도 사회 전체의 정보마인드가 뒤따라주지 않는다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없다고 그는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인프라의 발달 속도에 맞춰 정보마인드를 확산시킬 것인가, 그 다양한 방법론 연구가 KISDI의 몫이다.
『시골학교에 가보면 PC교실은 따로 있고 수업은 그냥 칠판으로 합니다. 가정주부들도 비싼 컴퓨터를 모셔두고 가계부를 따로 씁니다. 이래서는 정보활용지수 면에서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라며 김 원장은 이제 그냥 정보화가 아니라 「정보의 생활화」가 이뤄져야 할 때라고 말한다.
그는 직원들에게 스티븐 코비의 베스트셀러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필독서로 추천한다. 이 책은 날씨를 탓하는 사람을 실패자라고 부른다. 사회적인 날씨에 의해 그날그날의 기분이 좌우되서는 곤란하다. 윗사람의 질책이나 동료직원들과의 의견대립도 사회적 날씨를 흐리게 하는 요소들인 셈이다. 김 원장은 이 책이 성공을 꿈꾸는 직장인을 위한 최고의 지침서라고 말한다.
그는 연구원들과 사석에서 만나면 스티븐 코비의 말을 빌어 『당신은 주도적인가, 또는 수동적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수동적인 사람은 성공할 수 없다. 핑계대지 않기, 날씨를 탓하지 않기, 그리고 삶의 주도권을 갖고 살아가기. 이런 원칙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어떤 환경에서도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으로 가는 길 위에 선다.
정보의 생활화부터 인생의 오너십까지 차분하면서도 막힘없이 이어가는 김 원장의 화법에서는 정석대로 흐트러짐 없이 살아온 그의 이력이 묻어난다. 대학(서울대)을 졸업하고, 서른살 이전에 대기업 기획관리실장, 미국 유학을 거쳐 중앙대 교수,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까지 그는 빈틈없는 이력서를 써왔다.
하지만 생활인으로서의 김 원장은 소박하고 가정적인 사람이다. 그는 주말이면 되도록 서울을 벗어난다. 초등학교 시절을 전남 장성에서 보낸 김 원장은 항상 시골이 그립다. 도시학교로 진학하기 위해 중1 때부터 객지생활을 해야 했지만, 방학날 저녁이면 야간열차를 탔을 만큼 그는 고향을 자주 찾았다. 지금도 들꽃이며 산, 강변, 농사일 같은 단어들에 애착을 느낀다. 집 가까이 농장이 있는 친구와 함께 휴일이면 밭일을 나가기도 한다. 상추쌈에 고추장을 찍어 먹는 점심은 어떤 성찬보다 맛이 있다. 등산이나 골프를 즐기는 것도 자연이 그립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김 원장은 사람 만나기를 좋아한다. 만날 수 없을 때는 전자우편이라도 보낸다. 그는 인터넷이 사람과 사람을 따뜻하게 이어주는 커뮤니케이션 센터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KISDI 직원들 중에는 한번쯤 김 원장에게서 전자우편을 받아보지 않은 사람이 드물다. 워낙 꼼꼼하고 자상한 성격의 그가 직원들 생일을 일일이 표시해놨다가 사이버카드를 보내주기 때문이다. 신입사원에게는 H.O.T의 노래를, 386세대들에게는 송창식, 그리고 나이 지긋한 연구원에게는 「그 시절」의 노래를 함께 전송한다.
사실 김 원장은 클래식 애호가다. 바이올린을 전공한 아내와 딸 덕분에 가정에는 늘 클래식 선율이 흐른다. 얼마 전에는 압구정동의 작은 음악당에 친지들을 초대, 조촐한 모녀음악회를 열어주기도 했다.
어린시절 그의 꿈은 훌륭한 교수였다. 꿈을 이루기 위해 그는 서른살에 유학을 결심했다. 아내도 친구들도 그를 말렸다. 대기업 기획관리실장으로 일했던 그에게는 보장된 삶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학업의 기회가 주어진 것에 더없이 감사했다. 국제개발은행 장학금으로 조지아대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김 원장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3년 반을 보낼 수 있었다고 회상한다.
KISDI 원장으로서 요즘 강의를 쉬고 있지만 그는 교수를 천직으로 생각하고 있다. 후학을 길러내는 일이 장기적 투자라면 연구소 운영은 중단기 계획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무엇보다 그는 이 자리에서 어떤 일을 하고 물러나야 할 것인가를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2년째 여름휴가를 반납해가면서, 또 강단에 서기를 잠시 멈추면서 해야 할 일은 바로 정보생활화 운동을 위한 정책제시다.
『80년대에는 대학생들의 농활이 흔했죠. 이젠 젊은이들이 컴퓨터 봉사활동에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기업과 학교에서 농어촌과 자매결연을 맺어 내고장 PC 보내기 운동을 벌여야 합니다.』
김 원장은 이같은 민간차원에서의 정보생활화운동이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로 인한 빈부격차를 막고 21세기 정보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 약력
△49년 전남 장성 출생 △72년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경영학과 졸 △81년 조지아대 대학원 경영학석사 △84년 조지아대 대학원 경영학박사 △84년~88년 중앙대학교 경영대 조교수 △88~93년 중앙대학교 경영대 부교수 △91~93년 중앙대학교 국제경영대학원 교학부장 △94~97년 중앙대학교 전산센터소장 겸 슈퍼컴 연구소장 △95년 중앙대학교 정보산업대학원장 △98년 중앙대학교 경영대 학장 △98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원장(현재) △93년 중앙대학교 경영대 경영학과 교수(현재) △98년 한국전산원 이사(현재) △98년 정보화추진자문위원(현재) △99년 정보통신연구진흥원 이사(현재)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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