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삼영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
97년 IMF 국면에 처했을 때 우리 경제의 각종 지표는 과연 다시 회복될 수 있을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피폐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정말 우리나라가 IMF라는 위기를 느꼈는지를 의심할 정도로 다르다. 99년 12월 현재 외환보유고 700억달러, 대달러환율 1240원대, 이자율 한자릿수, 실업률 급감 등 각종 경제지표는 뚜렷한 회복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지표로만 봐서 우리 경제는 기적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과연 우리 경제는 이제부터 문제가 없을 것인가. 문제는 전통 산업경제시대 경제지표상의 수치호전이 우리 경제의 장래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정말 중요한 지표가 있다면 그것은 경쟁력지수다. 경쟁력이야말로 지속 가능한(Sustainable) 경제성장의 견인차이기 때문이다.
99년 IMD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주요 부문에서의 경쟁력은 자꾸만 떨어져 97년 30위에서 99년에는 38위로 내려앉았고, 제조업분야는 38위, 서비스분야는 40위로 떨어지기만 하고 있다. 숙련공의 경쟁력은 무려 21위에서 40위로 추락하였다.
특히 주목할 점은 IMF 이전 경쟁력 하락의 첫째 요인으로 지목되던 실질임금이 선진국의 절반 수준으로 하락하였는데도 우리의 산업경쟁력은 올라갈 줄을 모르고 있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이 있어야 할 것이다.
첫째, 우리 경제구조를 과감히 디지털 경제구조로 바꾸어야 한다. 구조변화는 일하는 방식과 도구의 변화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하는 방식은 고객위주,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 비경제적 요소의 과감한 정리다. 그리고 도구는 정보통신기반과 기기다. 미국 경제성장의 3분의 1은 정보화 덕분이라는 클린턴의 말에 귀기울여야 한다. GNP 성장의 2% 이상은 정보화에서 온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핵심업무(Core Business)를 정보화의 제1대상으로 하여야 한다. 주변만을 때리는 정보화는 그만두고 기업은 생산·운송·판매·고객관리 전과정을, 정부는 재정흐름 전과정, 세정·조달 및 대민업무 전과정을 기관 중심이 아닌 서비스 중심, 흐름(Flow) 중심으로 정보화해야 한다.
둘째, 지식기반 조성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지식DB는 논문이나 책, 과거 기록이나 디지타이즈하는 일쯤으로 생각하고 이런 분야에 돈을 붓고 있다. 이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지식기반은 생산주체가 종사하는 일상사의 정보화요 체계화다.
빌 게이츠가 말하는 신경망시스템이란 주요 사안에 대한 실시간 파악, 사실에 근거한 판단과 의사결정이 가능한 시스템을 말한다. 이것이 바로 디지털경제 경쟁력의 원천이다. 우리는 불행히도 알면서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이를 회피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 부분을 찾아 제거해주어야 할 것이다.
셋째, 교육과 일의 강한 연계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쟁력은 질높은 대학교육에서 나온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산업사회에서는 건실한 중등교육만으로도 충분할지 모르지만 이제는 아니다. 고등교육의 현실접목이 절실하다. 그리고 교육의 공통도구로 정보통신기기를 보급하고 전 교육활동에 이용하게 해야 한다.
그런데 교육에 대한 정보화 예산을 무자르듯 잘라 없앤다. 도구 없이 경쟁에서 이길 수는 없다. 인간은 도구를 이용하는 존재(Homo Ludens)가 아닌가. 교육정보화에 투자하지 않고 미래의 경쟁력 제고를 바란다면 이것이야말로 연목구어격이다. 마침 세계잉여금을 교육재정에 투자할 계획이라니 이 중의 일부는 반드시 교육정보화에 할애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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