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폰 퇴출과 이동전화 만개로 상징되는 기간통신서비스의 양극화, 초고속 인터넷접속시장의 폭발, 잇따른 기간사업자의 상장 및 코스닥 등록에 따른 벼락부자 양산, IMT2000사업권을 겨냥한 사업자간 합종연횡….
세기말 숨가쁘게 달려 온 국내 통신서비스시장의 99년 결산 성적표는 한눈에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이채롭다. 큰 가닥이 잡히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나 사업자가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일대 전환기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99년 정보통신시장에 나타난 모든 현상의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 정점에는 경쟁체제 본격화 및 데이터통신 시대 개막이 자리잡고 있다.
통신역무에 경쟁체제가 도입된 이후 최초로 99년엔 그 가시적 결과물들이 생겨났다. 최고의 호황을 구가한 것은 단연 이동전화. 5개 사업자가 나서면서 중복 과잉투자 시비가 끊이지 않았지만 「상권」이 형성된 탓인지 가입자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만 했다.
「이동전화공화국」 소리가 나올 만큼 남녀노소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이동전화는 11월말 현재 2278만9199명이 사용, 국내 모든 통신서비스 가운데 가장 많은 가입자를 거느리게 됐다. 심지어 지난 10월부터는 사상 처음으로 유선전화 가입자를 추월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유선전화 가입자는 11월말 현재 2126만2917명이다.
기간통신서비스시장에서 특기할 만한 것은 이동전화의 경우 사업자가 난립하면서 오히려 전체 시장이 커지는 「동반상승 효과」가 두드러지는데 반해 여타 사업 역무는 이동전화의 시장 팽창 크기 및 속도에 정비례해 시장이 축소돼 사양길에 접어든 점이다. 이동전화와 여타 음성전화 역무가 철저히 제로섬 게임을 벌인 것이다.
이동전화 폭풍에 날아간 대표적인 역무가 시티폰. 지난 11월 기간통신 사상 첫 퇴출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남긴 시티폰은 이미 지난해 사업이 폐지되어야 했지만 기존 가입자 보호라는 명분에 밀려 한국통신이 떠맡은 채 인공호흡기로 연명하다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시티폰의 전철을 밟고 있는 역무는 또 있다. 무선호출이다. 지난 90년 이후 해마다 100%의 신장세를 보이면서 97년에는 1500만 가입자를 돌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칭송」됐던 무선호출은 PCS의 본격 영업과 함께 「나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동전화시장이 5개 사업자 체제로 전환된 98년 무려 39.6%의 가입자 감소세를 보였고 때마침 터진 국제통화기금(IMF) 한파에 밀려 전전긍긍하더니 올해는 상황이 더욱 악화돼 지난 9월말까지 47.5%가 줄어들었다. 가입자 수는 「전성기 시절」의 4분의 1 수준인 435만여명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내년 초쯤이면 제2의 시티폰으로 전락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동전화의 후폭풍에 타격을 입은 것은 고정통신이다. 시내전화 가입자가 이동전화보다 적은 「치욕적 상황」이 현실화됐고 특히 시외전화는 시장잠식 속도가 더욱 커지고 있다. 시내전화의 경우 이동전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통화요금이 저렴,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외전화는 전국 단일통화권인 이동전화에 비해 가격메리트가 거의 없어 편의성을 앞세운 이동전화의 진군 앞에 속수무책이다. 하반기 이후 한국통신을 비롯한 사업자들이 시외전화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약효」에 대해서는 자신들조차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99년 통신시장이 전통적 음성통화 중심에서 데이터통신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간 것은 국내 통신역사의 한 획을 긋는 커다란 「사건」이다. 지난 100여년간의 통신이 목소리를 전달하는 단선적 성장에 의존해 왔다면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음성과 데이터가 병존하는 입체적 성장으로 질적변환이 이루어진 것이다.
물론 그 핵은 인터넷이다. 통신시장뿐 아니라 인류 전체의 삶의 양태까지 바꾸고 있는 인터넷이 올해 폭발적 각광을 받으면서 이동전화, 일반전화 등 기존의 모든 통신사업자들은 인터넷과 연동하는 서비스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인터넷 기반의 종합 통신서비스라고 부르는 새로운 조류가 올 한 해를 압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물론 내년에는 이 추세가 더욱 가속, 날개를 달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통신발전의 필연적 수순이다.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인 것이고 올해는 그 기폭제가 됐다.
국내 인터넷 사용자들이 지적하는 가장 큰 불만은 접속 및 데이터 전송속도가 느리다는 것이다. LAN이 연결된 직장에서 인터넷을 즐기다가 막상 가정에 돌아가면 느려터진 인터넷에 속만 태운다는 것이다. 이는 가정에 연결된 전화선이 데이터 전송에는 적합치 않은 구리선이 아직도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기인한다.
올해 통신사업자들은 이같은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대안 마련에 경영력을 집중했고 그 성과물이 속속 등장했다.
하나로통신이 깃발을 든 비대칭가입자회선(ADSL)은 기존 전화선 모뎀에 비해 수십배 빠른 인터넷 접속을 보장하는 동시에 하나의 선으로 전화와 인터넷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엄청난 인기를 모았다.
한국통신도 질세라 이에 가세했다. 하나로와 한국통신의 ADSL서비스는 초고속 인터넷 접속시장이 열리는 촉매제가 됐다.
초고속 인터넷서비스는 한국통신과 하나로통신뿐 아니라 후발 회선임대 및 망사업자들의 주력상품으로 떠올랐다. 두루넷, 드림라인 등은 자사가 포설한 광케이블뿐 아니라 저마다 케이블TV 혹은 중계유선망을 활용한 초고속 인터넷 접속서비스를 내놓고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이들 사업자의 각축으로 초고속 인터넷접속시장은 올 최대 히트상품으로 평가됐고 이의 도입 여부에 따라 아파트 가격까지 달라진다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IMT2000 사업권을 겨냥한 통신사업자간 합종연횡도 올해 주목할 만한 화제다. 사업자 수 및 선정방식 등 아직도 정부의 방침이 드러난 것은 하나도 없지만 사업권 획득 여하에 따라 기업의 존폐가 걸린 사업자들은 올해 그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사업자들이 주력한 것은 일종의 컨소시엄을 형성하는 것. 많아야 4개 정도의 사업자가 선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한 판에 너도나도 「마이웨이」를 외치면서 경쟁에 뛰어드는 것은 그만큼 탈락의 위험도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사업자들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탈락의 리스크도 줄여보자며 컨소시엄을 형성하고 있다. 이미 하나로통신과 온세통신, 무선호출사업자들을 아우르는 IMT2000 컨소시엄이 탄생했다. 흥미로운 것은 IMT2000의 성격상 사업자간 제휴가 유무선 경계를 넘나드는 통합형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혹독한 IMF 겨울을 견뎌낸 통신사업자들이 잇따라 기업을 공개, 직원들마다 돈 벼락을 맞은 것은 올 연말 무엇보다도 따스한 소식이다.
기간통신사업자의 위상이 높아진 것도 짚어야 한다. 한국통신이 성공리에 해외주식예탁증서(DR)를 발행, 세계적인 기업으로 자리매김했고 두루넷은 국내 기업사상 처음으로 나스닥에 상장, 기업가치를 수십배 끌어올렸다.
한국통신프리텔은 마이크로소프트와 퀄컴이라는 세계 IT업계의 양대 거인으로부터 자본을 유치, 성가를 한껏 높였으며 코스닥에 등록하자마자 시가총액이 무려 10조원에 이르는 거대기업으로 탈바꿈 했다.
99년 통신시장은 경쟁에서 이긴자와 패배한 자의 명암이 극명하게 드러났고 데이터통신의 강세로 전선이 다변화한 한 해였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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