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밀레니엄통신 IMT2000 시리즈>5회-표준화 전쟁 (중)

동기식이냐 비동기식이냐

 지난달 5일 국제전기통신연맹(ITU)은 그동안 동기식 진영과 비동기식 진영간에 첨예한 대립을 겪어왔던 IMT2000의 무선 인터페이스 규격과 관련, 동기식·비동기식을 모두 아우르는 통합규격에 합의했다.

 동기식으로 대변되는 멀티캐리어(MC)방식과 비동기식의 대표적인 규격인 다이렉트 스프레드(DS) 방식을 모두 표준규격으로 확정한 것. 사실상 ITU가 단일규격 합의에 실패한 셈이다.

 이는 IMT2000의 최종 규격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장비업체들의 흥망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예견하고 있었던 일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국내는 물론 해외지역에서도 동기식과 비동기식에 대한 논란은 전혀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번에 수용된 MC방식과 DS방식간에는 상호 호환성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IMT2000이 전세계 로밍을 기본전제로 출발했지만 이번 ITU 표준화안에 복수 표준을 모두 수용함으로써 MC방식 지역과 DS방식 지역간의 국제적인 로밍 기능은 공염불로 그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상황과 맞물려 국내에서는 통신사업자간의 이해관계, 그리고 장비업체들의 입장이 서로 엇갈리면서 국내 IMT2000 표준화를 둘러싸고 사활이 걸린 논리대결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통신사업자나 장비업체들이 IMT2000시스템으로 채택할 수 있는 것은 크게 3가지 방안으로 나눠진다. 하나는 기간망과 관련, 기존 CDMA망 구조인 ANSI41망에 무선 인터페이스 규격도 CDMA방식에서 발전한 MC방식을 채택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인 논객으로 나서고 있는 이 방식은 국내 업체들이 CDMA사업을 그동안 진행해 왔기 때문에 기술자립도가 높고 내년에 본격화될 IS95C가 MC방식이어서 향후 IMT2000으로의 업그레이드도 용이하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부각된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의 천경준 부사장은 『MC방식이 DS방식에 비해 로열티가 낮고 기존의 장비를 활용할 수 있어 국익에 부합된다』며 『또 MC방식을 채택할 경우 CDMA 기술에 우위를 보이고 있는 국내 장비업체들이 IMT2000 장비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유럽지역에서 채택할 것이 확실시되는 DS방식과 호환성이 없어, DS방식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따로 망을 구성해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전세계 로밍기능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약점으로 작용한다. 또 DS지역에 대한 장비 수출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과 LG텔레콤, 그리고 LG정보통신 등은 기간망 부분인 코어네트워크는 ANSI41을 그대로 이용하고 무선인터페이스 부분만 DS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DS방식을 수용, 유럽지역과의 로밍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통신사업자로는 기존 CDMA망 운용사의 경험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데다가 장비업체들도 해외 진출을 하는 데 있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이동통신 사업자가 이를 선호하는 밑바탕에는 IMT2000이 이동전화의 연장사업이라는 그들의 논리가 스며들어 있다.

 반면 한국통신이나 데이콤 같은 이동통신사업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IMT2000 사업권을 획득하려는 진영은 아예 새롭게 다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즉 기간망인 코어네트워크에는 GSM­MAP방식을, 그리고 무선인터페이스는 DS방식을 채택, 기존 이동전화서비스와 별개로 새롭게 서비스를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IMT2000이 기존 이동전화와는 전혀 다른 서비스로 멀티미디어를 바탕으로 새로 창조된 서비스라는 그들의 논리에서 출발했다.

 신규통신 사업자에게는 이 방식이 매력적인 측면이 있다. 우선 기존 이동통신 사업자와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할 수 있으며 사업시기도 앞당길 수 있다. 또 GSM방식과 완벽히 호환돼, IMT2000의 로밍은 물론 GSM단말기까지도 로밍이 가능하다는 점이 보다 큰 매력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 분야에 대한 국내업체들의 기술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장비에 대한 해외의존도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수출경쟁력이 세가지 방안 중에서 가장 낮다는 것도 고민거리다.

 현재 IMT표준화와 관련, 국내 서비스사업자와 장비업체들은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합종연횡을 거듭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3가지 방식의 장비개발이 모두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 장비업체들이 3종류의 IMT2000 관련 장비를 병행해서 개발할 능력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세계 기간통신사업자협의회(OHG)에서 활동하고 있는 LG텔레콤의 김윤관 상무보는 『IMT2000 표준이 완료되는 2000년 상반기쯤이면 DS방식이나 MC방식 중에서 어떠한 방식이 그 주류를 이루게 될지에 대해 그 윤곽을 드러내게 될 것』이라며 『그때까지 신중히 시장을 지켜보되 그 이후에는 국내 통신사업자와 장비업체들이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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