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기 삼성SDS 대표이사

 『사람은 꿈을 꾸는 만큼 성취할 수 있습니다. 꿈을 좇아가면 행운도 찾아옵니다. 삼성SDS도 새 천년에는 새로운 꿈을 꿀 것입니다. 매출 1조원을 달성했으니 이젠 순이익 1조원에 도전하려고 합니다. 다가올 새해, 삼성SDS가 어떻게 꿈을 이룰지 지켜봐주십시오.』

 직원들에게 보내고 싶은 밀레니엄 메시지가 무엇인지 묻자 김홍기 삼성SDS 대표는 『21세기에는 큰 꿈을 꾸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늘 새로운 목표지점을 향해 뛰어가는 경영자다. 그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6시면 어김없이 집무실로 들어선다. 방해받지 않고 혼자서만 독차지할 수 있는 한 시간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출근을 시작하는 7시까지 그는 조간신문과 경영서적들을 읽고 사업구상도 한다. 그리고 그날 하루를 채워야 할 일, 가야 할 방향을 결정한다.

 이처럼 철저한 자기관리 때문에 그는 직원들 사이에서 「완벽주의자」로 불린다. 김 대표의 타고난 완벽주의에 얽힌 에피소드는 많다. 전자SM 사업부장 시절에는 프로젝트 완수를 위해 1년 365일, 명절도 잊고 근무했다. SI 본부장 때는 100여개 프로젝트 현장을 한군데도 빼놓지 않고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업무 진척상황을 점검했다. 언젠가 부서를 옮기면서 가진 환송회 자리에서는 『99%였다면 그래도 수월했을 텐데 100%를 요구하는 상사 때문에 정말 힘들었다』고 고백한 부하직원도 있었다. 또 다른 사원은 「보고서를 아홉번 퇴짜맞은 사연」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제는 전문가시대 아닙니까. 어느 분야든 최고의 스페셜리스트가 돼야 합니다. 맡은 일을 빈틈없이 해내고 작게는 나뭇가지 하나하나를 살피면서도 크게는 숲을 볼줄 아는 통찰력을 길러야죠. 그래서 부하직원들에게 완벽함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는 인격적인 모욕감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후배들에게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사업부장 시절에는 직원들을 일일이 불러 지난달에 뭘 배웠고 지금은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노트검사까지 했을 정도. 얼마 전부터는 아침 회의를 영어로 진행해 임직원들을 괴롭히고(?) 있다.

 『어떤 책에 이렇게 쓰여 있더군요.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가진 최고의 자산은 지상 170㎝에 있답니다. 인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거지요. 저는 후배를 독려하고 질책하는 것이 선배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아끼는 직원들과 함께 김 대표는 야심찬 새해를 준비하고 있다. 금융권과 행정기관을 중심으로 정보기술 전문업체 아웃소싱 붐이 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사업전망은 밝다. 내년에는 떠오르는 인터넷 비즈니스인 애플리케이션 서비스공급자(ASP) 사업에도 출사표를 던질 계획이다. 태스크포스팀도 이미 가동됐다. 삼성SDS가 자체개발한 소프트웨어 솔루션으로 중국시장도 개척할 생각이다.

 유니텔(가칭)을 분리하는 문제는 늦어도 내년 3월에는 매듭지을 계획. PC통신 서비스와 음성 재판매처럼 잘되는 사업을 왜 떼어내려 하느냐고 묻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최선이 따로 있는데 차선을 택할 수는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조직문화와 전략, 사업특성이 다르다면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기보다 각자 개성과 장점을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 앞으로 유니텔은 콘텐츠와 커뮤니티로 네티즌들에게 사랑받는 인터넷회사가 될 것으로 믿는다.

 이처럼 새해 새설계가 펼쳐질 새 밀레니엄, 그 시작을 축하할 디너파티를 연다면 초대하고 싶은 명사가 누구냐고 묻자 그는 석학, 피터 드러커 교수를 꼽는다. 드러커 교수의 책을 통해 저자의 깊은 통찰력과 끊임없는 자기계발 노력에 저절로 존경심을 갖게 됐다고 김 대표는 말한다.

 그는 독서광이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책을 읽고 인터넷에 서평을 올려놓기도 한다. 인터뷰를 갔던 날도 그의 책상에는 「지식관리론」 「메가 챌린지」 등 IT 비즈니스 서적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후배들을 위한 추천도서로 그는 대니얼 버러스의 「테크노트렌드」와 제임스 마틴의 「사이버코프」를 든다.

 인터뷰를 마감하면서 좌우명을 묻자 그는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만큼 해주라고 말한다. 『딸들에게도 늘 강조하는 얘깁니다. 동양사상으로 보자면 역지사지(易地思之)가 되겠죠. 종교는 없습니다만 성경에 나오는 마태복음 7장 12절의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Do to others, as you would be done by)」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저마다 기본을 지키고 상대를 배려할 때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새 밀레니엄의 키워드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 「인간애」가 되어야 한다면서 김 대표는 말을 맺는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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