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은 제36회 무역의 날이었다. 20세기 마지막 무역의 날이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사이버 무역의 새 장을 여는 날이기도 했다. 이날 기념식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사이버 무역의 새 천년」을 선언했다.
대통령이 직접 인터넷을 통한 무역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은 금세기 마지막이자 새로운 밀레니엄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다가오는 2000년대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무역이 주류를 이룰 것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사건이다.
사이버 무역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아직 없다. 와튼경제연구소(WEFA)가 밝힌 전세계 사이버 무역규모는 34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 가장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다.
이 연구소는 또 2003년 세계 사이버 무역규모가 1조7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사이버 무역규모는 98년 3억5000만 달러에서 2003년 약 96억 달러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우리나라가 전세계 사이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지적해주고 있다.
세계 교역량 11위 국가로 무역대국의 위업을 달성했으나 다가오는 미래무역에서는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터넷 강국을 외치고 해마다 인터넷 인구가 급증한다고 해도 실질적인 경제의 축이 될 인터넷무역을 준비하지 않는 한 인터넷의 대권(?)을 장악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인지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올초 인터넷무역 알선업체를 적극 육성하고 중소업체의 인터넷 홈페이지 1만개와 전자상품 카탈로그 5만개를 제작하는 등 인터넷무역을 활성화하겠다고 나섰다.
특히 기존 주력산업인 장치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함께 정보통신, 메커트로닉스 등 지식기반 신산업을 적극 육성하며 가전제품 등 10대 수출유망산업에 대해 집중적인 디자인 혁신사업을 실시하는 등 근원적인 수출경쟁력 강화에 나서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후 지난 7월부터 인터넷을 통한 SW, 시스템 대외판매가 수출실적으로 인정되고 전자거래기본법 및 전자서명법이 통과됨에 따라 인터넷무역이 활성화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산업자원부가 그동안 논란을 거듭해온 「대외무역 관리규정」을 개정, 시행에 들어감에 따라 인터넷 무역환경의 입법적 수용, 다양한 상거래 형태를 통한 수출증대, 무역관련 제출서류 간소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터넷무역을 하는 업체에도 중계무역이 허용되고 무역금융까지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또 구매승인서 발급신청시 소요량 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거래라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단순히 수수료를 수취하는 거래는 수출실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서적, 논문, 영화, 음반, 게임, 법학 및 의학서비스, 경영컨설팅, 패키지소프트웨어, 멀티미디어 콘텐츠 등 소프트웨어와 시스템 판매가 이뤄지는 전자거래에 한해 수출실적을 인정해 준다.
정부의 사이버 무역 활성화 시책에 발맞추어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업계의 움직임도 부산해지고 있다.
사이버 무역에 가장 적극적인 삼성물산은 「파인드코리아(www.findkorea.co.kr)」를 구축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인터넷무역 알선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파인드코리아는 무역전시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사이트로 중소기업들이 연회비를 내고 입주하면 바이어들이 이곳을 찾아 거래가 이루어지는 사이트다. 특히 거래가 성사될 경우 모든 인터넷무역에 대한 절차가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LG상사는 지난 6월 세계무역센터협회(WTCA)가 가동하는 전자무역시스템인 「트레이드카드시스템」의 시범기업으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사이버 무역을 본격적 개시했다. 트레이드카드시스템은 WTCA가 개발한 전자무역방식으로 웹을 통해 선적관련 서류의 전자전송은 물론 무역금융, 보험, 대금결제, 물류 등의 수출입 과정을 자동화한 것이다.
SK상사는 현재 가동중인 전자상거래팀을 확대해 인터넷사업본부를 신설하고 기업간 사이버 무역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며 현대종합상사는 인터넷을 통한 「비즈니스용품·서비스 조달사업」인 인터넷 MRO(Maintenance Repair Operation)사업을 내년초부터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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