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밀레니엄 CEO (32)

토피카 아리엘 폴러

I/PRO(Internet Profiles Corporation)는 인터넷광고 리서치분야에서 최고의 명성을 지닌 업체 중 하나다. 이 회사 설립자인 아리엘 폴러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에 기업들이 관심을 쏟도록 만든 인터넷광고의 개척자다.

 I/PRO의 창업 아이디어는 94년 어느날 스탠퍼드 MBA 학생들의 브레인스토밍 회의에서 비롯됐다. 그는 막 유행하기 시작한 월드와이드웹에 대해 들뜬 목소리로 얘기하고 있었다. 폴러의 머리에는 「인터넷 마케팅 프로젝트」라는 단어가 스쳤다.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새로 만든 회사라면 얼마나 많은 고객이 방문을 했는지 알고 싶어할 것이 아닌가. 인터넷에 정말 필요한 것은 슈퍼마켓의 POS시스템처럼 고객에 관한 모든 통계를 내주는 장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웹 사용자들에 관한 인구통계적 정보야말로 네티즌들의 기호에 맞는 사이트를 구축하려는 회사 입장에서는 돈을 투자할 가치가 있어보였다.

 폴러는 스탠퍼드로 오기 전부터 창업의 꿈을 키워왔다. 베네수엘라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그는 디스코 열풍이 불었던 고교시절 카라카스의 한 클럽에서 DJ로 일하면서 착실히 돈을 모았다.

 그리고 세계를 보는 눈을 넓히기 위해 졸업과 동시에 옷가지와 플루트만을 챙겨들고 일본 여행을 떠났다. 1년 후 베네수엘라로 돌아와 가문에서 경영하는 호텔에서 잠시 일했고, 92년 스탠퍼드에 입학하기 위해 다시 캘리포니아로 옮겨왔다.

 그리고 벤처기업가클럽 회장으로 웹 출판사업부터 학교 주변의 레스토랑 가이드를 올리는 일까지 다양한 아이템을 물색하고 있는 중이었다.

 스탠퍼드를 졸업할 때쯤 그는 브레인스토밍으로 얻은 아이디어를 구체화시켜 I/PRO의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시켰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다시 1년을 보냈다. 95년 5월 마침내 그는 I/COUNT라는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

 세계적인 조사업체 닐슨미디어리서치가 I/PRO에 투자함으로써 그는 확실한 후원자를 얻었다. I/PRO는 인터넷 리서치분야의 선두업체로 떠올랐고 아리엘 폴러를 유명인사로 만들었다.

 97년 이 회사를 떠난 폴러는 새롭게 달아오르는 인터넷 E메일분야의 벤처인 「토피카」를 설립했다.

 토피카는 인터넷광고와 다이렉트 마케팅을 위한 전자우편 리스트를 제공하는 업체. 전자우편 주소를 공개하는 네티즌에게는 소프트웨어와 기술지원을 무료로 해준다. 또 취미와 관심분야가 같은 네티즌을 토론그룹으로 묶어준다.

 예를 들어 BMW 자동차 마니아나 연예인 팬클럽, 이혼한 사람들의 모임 등 이색 클럽을 만들고 전자우편 리스트를 관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프리호스팅 서비스를 지원해준다.

 이처럼 독특한 콘셉트로 출발한 토피카는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스피린」 같은 업체로 통한다. E메일 리스트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고민해온 인터넷업계의 두통거리를 말끔히 가시게 할 만큼 뛰어난 약효를 가진 업체라는 뜻이다.

 폴러는 빅북·넷스케이프 출신의 젊은 인재들을 잇따라 토피카로 끌어들이는가 하면 9만개의 토론그룹을 거느린 전자우편업체 리스트(Liszt)를 인수하고 와이어드 최고경영자였던 앤드루 앵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등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는 지금 샌프란시스코의 멀티미디어 중심가인 마켓스트리트에서 또다른 비상을 꿈꾸고 있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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