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호 아이네트 사장
새천년을 20여일 앞두고 사회 곳곳에서는 뉴 밀레니엄에 대한 기획이 한창이다. 사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이 한해에서 다른 한해로 바뀌는 것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스스로 하나를 정리하고 새로운 것을 맞을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의미에서 새 밀레니엄이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특히 정보통신 분야의 발전은 20세기 초반의 전화를 시작으로 라디오·TV·인터넷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분야를 통틀어 예측불가능의 속도로까지 성장하고 있고, 이러한 성장이 가져올 변화의 폭이 큰 만큼 이에 대한 이해와 준비가 절실한 때다. 급격한 변화의 흐름을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앞으로 올 변화를 맞을 우리의 자세가 아닐까 한다. 이제까지 여러 차례 얘기해온 몇가지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보자.
첫째, 선두주자를 좇는 2등의 자세에서 벗어나 이제 스스로와 싸워 일등이 되기 위한 탈바꿈이 필요하다. 지난 30∼40년동안은 이미 앞선 국가들의 산업체계를 따라가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던 기간이었다. 물론 그 결과가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위한 지금의 경제 저력이 됐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물론 1등이 되기 위해 연구개발(R &D)부터 시작해 모든 기초과학분야까지 우리 손으로 일궈 미국과 똑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의 가치와 위치를 정확히 판단해 우리가 1등을 할 수 있는 분야와 그 게임의 룰을 찾아 스스로 일등이 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만들어야 할 것이다. 반도체나 CDMA는 이런 맥락에서 좋은 예라 하겠다.
두번째로 필요한 조건은 기존의 규칙과 관습의 틀을 깨고 상식이 통하는 새로운 사고의 틀을 만드는 것이다. 「IMF 시대」를 겪으면서 기존의 경제와 사회의 틀이 많이 깨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많은 분야에서는 60∼70년대의 틀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특히 민간 부문보다 공공 부문에서의 변화의 필요성이 더욱 크다.
한 예로 최근 주식시장의 호황으로 많은 기업이 활황을 누리게 된 것은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보다는 경제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저금리정책을 유지했던 거시경제의 틀에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의 부작용을 근거로 다시 규제책을 펴려는 것은 규제로 경제의 틀을 만들 수 있다는 기존 관습의 틀을 깨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세번째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국제화, 세계화다. 이는 단순히 세계로의 진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상식적인 룰에 의해 게임하는 것을 의미하고, 우리의 기준도 세계의 기준으로 바뀌는 것을 포함한다.
요즘 국내기업이 나스닥 상장에 쏟는 관심과 동경이 대단한데 나스닥 진출 자체를 일종의 프리미엄으로 보는 현상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아직 세계화되지 않았다는 의미도 된다. 나스닥에 상장했다는 것은 확실히 회계의 투명성, 경영의 공정성 측면에서 객관성을 인정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자체가 프리미엄이 된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너무 비하한 것이다. 과거에 얼마나 우리의 기업 경영이 투명하지 못했으며 이럴까 하는 느낌도 든다.
아울러 국제화, 세계화를 이루기 위해 언어·의사소통 문제와 신속한 글로벌 뉴스 입수, 세계 뉴스에 민감해지는 것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발상이 바뀌면 새 시대에서 주역이 될 수 있다. 비단 정보통신 분야만이 아니라 새 시대를 앞둔 한 기업인으로서의 바람이다.아이네트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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