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제2호황 맞은 PC수출 (4)

 지난 8월 세계 유력 컴퓨터업체인 컴팩컴퓨터와 애플컴퓨터가 국내의 한 PC업체를 미국 지방법원에 특허권 침해혐의로 제소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잘 나가는 한국 PC업계를 견제하려는 의도적인 법적소송」이라고 풀이했다. 수출물량을 크게 늘리고 있는 국내 업체들의 PC 수출드라이브 정책에 제동을 걸려는 조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해외 PC업체가 국내업계의 성장에 제동을 걸기 위한 제소라기보다는 국내 PC업체의 디자인 도용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는 분석이다.

 애플컴퓨터가 지난 98년에 발표한 i맥컴퓨터는 모니터일체형인데다 다양한 색상과 반누드형에 부드러운 곡선을 사용한 새로운 개념의 PC로 청소년과 여성층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기존 매킨토시컴퓨터와 기능상의 차이는 없으나 순수한 디자인과 색상만으로 성공을 거둔 것이다.

 이를 본떠 국내 한 PC업체가 i맥과 유사한 일체형의 반누드형 제품을 개발해 일본시장에 출시했다.

 애플컴퓨터는 이에 즉각 국내업체를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 디자인도용 혐의로 제소했으며 제소당한 업체는 유사제품을 수거하는 한편 새로운 모델로 교체함으로써 제소건은 일단락됐다.

 애플컴퓨터의 국내업체 제소건은 국내 PC업계의 구태의연한 제품차별화 전략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국내 PC업체들은 최근 대규모 수출을 추진하면서도 회색에 직사각형의 모니터 분리형 제품을 획일적으로 생산, 판매하고 있다.

 또 기술적인 면에서도 사용자별로 특화된 제품대신 범용의 제품생산에 치중하고 있다. 업체별 제품차별화 전략이 아쉬운 대목이다.

 이는 역으로 특색있는 제품차별화 전략을 구사할 경우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물론 국내 PC업체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수출에 치중해 상대적으로 자가브랜드 수출 비중이 낮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제품차별화 전략이 그다지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자가브랜드 수출을 지향해야 할 국내 PC업계는 다양한 제품차별화 전략을 수립, 시행해야 할 때가 도래한 것이다.

 제품차별화는 크게 디자인, 색상, 외관 설계방식 등으로 대표되는 비기능성 분야와 미니노트북, 특화된 용도에 맞는 PC 등 기술적인 뒷받침이 필요한 기능성 분야로 나뉜다.

 국내 PC업체들이 우선 주목해야 할 것은 비기능성 분야. 특히 이 가운데 디자인은 세계 각 정부가 21세기 대표적인 지식기반산업으로 선정하고 이 부문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만큼 그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PC에도 이같은 개념이 적용돼야 할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최근 IBM, 컴팩컴퓨터 등이 사다리꼴, 원통형, 원형 등 기존 PC 개념을 완전 탈피한 신개념 제품을 대거 선보이고 있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능성면에서도 IBM 등 세계 유명업체들은 휴대성을 강조한 초미니 노트북컴퓨터, IC카드나 지문인식시스템기술을 활용한 데이터보안용 PC제품을 선보이고 새천년 컴퓨터시장 석권을 위한 주력제품으로 삼고 있다.

 이처럼 차별화를 실현한 제품의 시장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PC의 원천기술과 응용기술에 취약한 국내업체로서는 해외업체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그러나 국내 PC업계가 세계 PC강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과 투자를 통해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지적이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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