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형 라우터 분야에서 국내 업체들에게 주도권을 넘겨준 시스코가 최근에는 거의 독점하다시피해 온 대형 라우터 분야에서도 해외 경쟁업체들의 시장공세 강화, 통신서비스 업체들의 멀티벤더 수용 움직임으로 위기에 몰려 있다.
라우터는 지난 2년 동안 IMF에도 불구하고 통신사업자들의 수요에 힘입어 국내에선 유일하게 급격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특히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는 국내 라우터 시장에서 줄곧 7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 국내에 진출한 해외 네트워크 장비업체 중에서는 1위의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코의 아성에 강력하게 도전장을 내민 업체는 테라비트까지 처리할 수 있는 대형 라우터를 개발해온 미국의 벤처업체인 주니퍼사. 주니퍼사의 제품을 취급하고 있는 스마트넷테크놀로지(대표 김영국)는 최근 데이터센터인 IBR사와 대형 라우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김영국 사장은 『이번 계약 체결로 기가비트 이상의 대형 라우터에서 시스코의 독주는 무너졌다』며 『이 회사 외에도 국내 ISP들이 적극적으로 주니퍼사의 라우터를 검토하고 있어 내년 상반기에는 대형 라우터 분야에서도 본격적인 경쟁체제로 접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텔네트웍스도 내년 초 자사 라우터의 전면적인 가격인하를 통해 시장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노텔은 북미지역의 경우 12월 한달간 50%의 파격적인 가격인하를 발표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모토로라반도체통신은 최근 중형 위주로 구성된 라우터 제품군에 소형 라우터 제품군인 뱅가드 60/70/80 시리즈를 선보이면서 시스코 측을 압박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통신사업자측에서는 시스코의 대형 라우터가 50바이트 이하의 소용량 데이터 처리에 문제점이 발견돼 골머리를 앓아 왔지만 사실상 대안이 없었다』며 『주니퍼를 비롯, 노텔·모토로라 등의 본격적인 참여로 내년에는 시장판도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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