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초고속 인터넷 장비시장 "빅2 독점" 깨진다

 내년 1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국내 초고속 인터넷 장비시장의 장비 독점구조가 빠르게 와해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초고속 인터넷 접속장비와 관련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장비에서는 알카텔, 케이블모뎀 장비에서는 모토롤러가 9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해 왔으나 최근 들어 후발업체들이 시장공략을 강화하면서 그동안 이어진 독점구조에 균열이 일고 있다.

 게다가 장비를 구매하는 통신사업자들도 표준화 진전, 장비업체간의 기술격차가 줄어든 데에 따라 이제는 장비업체간의 경쟁을 통해 장비단가를 낮춘다는 방침이어서 이러한 추세는 내년에 더욱 확연해질 전망이다.

 하나로통신은 지난달 실시한 ADSL 가입자 모뎀 장비 입찰에서 단말기 공급업체로 한국쓰리콤과 미국의 벤처업체인 엑스피디를 선정, 그동안 지속돼온 알카텔의 독주에 종지부를 찍었다.

 한국쓰리콤과 엑스피디는 이 계약에 따라 향후 1년간 5만대 분량의 PC내장형 ADSL 모뎀을 하나로통신에 공급하게 된다. 알카텔이 100% 차지해왔던 ADSL 사업자 장비부문도 최근 루슨트테크놀로지스가 하나로통신과 장비 공급계약을 체결, 본격적인 경쟁체제로 접어들었다. 루슨트테크놀로지스가 하나로통신에 공급키로 한 제품은 DSLAM이 내장된 통합형 광가입자 장비인 애니미디어로 내년 30만회선 용량(약 657억원)을 공급하게 된다. 현재 진행중인 한국통신의 ADSL 2차 입찰에서는 알카텔 제품을 내세운 대우통신컨소시엄과 현대전자 장비를 채택한 쌍용컨소시엄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이 결과 여부에 따라 알카텔의 향후 국내 입지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모토로라반도체통신이 주도해온 국내 케이블모뎀 시장은 삼성전자·한국쓰리콤 등의 가세로 시장판도 변화가 확연하다. 지난 상반기까지는 모토로라가 국내 케이블모뎀 시장의 90% 정도를 점유해 왔으나 삼성전자가 올 상반기부터 케이블모뎀 영업에 적극 나서면서 최근까지 1만대 가량을 공급, 본격적인 경쟁체제로 개편된 상태다. 삼성전자가 수주한 물량은 가계약 물량까지 합쳐 내년 국내 수요의 50% 정도인 총 15만대 정도로 알려졌다. 지난 상반기 하나로통신과 제품공급 일보 직전까지 갔던 한국쓰리콤도 최근 SK텔레콤과 서울지역 중계유선 사업자와 추진중인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의 케이블 모뎀 공급업체로 선정돼 국내 케이블모뎀 시장 재진입에 성공했다.

 한국쓰리콤이 공급키로 한 물량은 총 1만대 규모로 SK텔레콤이 내년 구매물량의 10% 정도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서울지역 중계 유선사업자와 자사의 인터넷 서비스인 넷츠고를 콘텐츠로 활용하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준비중이며 내년 10만 가입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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