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웹CI전략에 관심을

노상범 홍익인터넷 사장

 요즘 사업하는 사람들에게 CI(Corporate Identity)가 뭐냐고 물으면 대부분 기업 로고나 상표를 통일하는 개념으로 대답할 만큼 CI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CI의 개념은 단순히 외부에 드러나는 로고나 디자인 이상이다. 한 기업체의 문화와 조직시스템, 계열기업과 구성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나타내는 총체적 표상이 CI다.

 잘 정립한 CI전략은 해당 기업체들의 이미지 고양과 매출증대에 유리한 마케팅 요소로 작용한다. 국내에서도 수년 전부터 대기업을 중심으로 신문과 방송, 각종 매체를 통해 CI재정립작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CI정책이 거의 구현되지 못하는 분야가 있으니 바로 인터넷시장이다. 21세기 최고의 비즈니스 도구가 인터넷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인터넷시장에서 일관된 이미지 관리정책을 펼치는 국내업체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웹개발용역 전문업체에 종사하는 필자로서 여러 유망업체들의 홈페이지 구축의뢰를 받다보면 무조건 한눈에 띄는 화려한 디자인으로 웹사이트를 도배해달라는 요구가 대부분이다. 웹환경에서 자기 회사의 이미지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는지, 즉 「웹CI」에 대한 계획도 없이 인터넷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초단위로 증가하는 전세계 수천만 웹사이트 중에서 자기 회사의 홈페이지 구성에 대해 고유한 전략이 필요한 법이다. 이는 복잡한 인터넷망 속에서 자사 웹사이트를 어렵게 방문한 소비자에게 취할 최소한의 배려인 것이다.

 각종 인터넷 메뉴의 위치가 수시로 바뀌고 색상 종류, 로고 위치 등이 어지럽게 나열된 기업체 홈페이지는 백화점에서 어제까지 지하매장에서 팔던 식품류를 다음날 다른 매장으로 옮기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은 이미 웹CI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인터넷상에서 기존 CI의 기능을 능가하는 웹CI전략을 구축하고 글로벌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전세계 지사의 홈페이지를 동일한 포맷으로 연결한 포드와 폴크스바겐 등은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들은 각국에 개설한 사이트들에 미리 정한 웹CI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세계 어디서나 동일한 기업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삼성·SK 등 대그룹을 중심으로 인터넷상에서 고유한 CI전략을 유지하도록 홈페이지 구성의 표준화작업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보수적 색채가 강한 공기업들도 웹CI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며 인터넷상에서 기업전체의 통일된 이미지 전달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대표적 공기업인 한국통신의 경우 계열사 웹사이트들이 제각기 다른 인터페이스를 채택해 종합적인 서비스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 대대적인 홈페이지 보수작업을 펼치고 있다.

 한국통신은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웹사이트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일정한 표준 안에서 구성하도록 「웹가이드라인」을 정하고 관련 계열사 홈페이지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이처럼 웹CI 구현을 위한 표준지침은 새로운 인터넷서비스 개발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며 네티즌에게도 높은 만족도와 인지효과를 줄 수 있다.

 다음 세기에 국내기업이 세계를 상대로 사업을 벌일 때 가장 적은 비용으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이 인터넷이다. 이처럼 소중한 사업 인프라에 무조건 화려하거나 튀고 보자는 식의 웹사이트를 구축하는 것은 소중한 인터넷 자원의 낭비다.

 앞으로 인터넷 홈페이지를 새로 제작하거나 수정할 계획이 있는 기업인들에게 호소한다.

 맞선 나갈 때 옷차림에 신경쓰는 것 만큼 기업 홈페이지 구축에도 신경 써주기를 바란다.

 선을 보러 갈 때 손에 잡히는 대로 옷을 걸쳐 입고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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