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년 경기전망 낙관은 금물

 올해 전자산업 수출이 지난해 대비 33.1% 증가하면서 사상 처음 500억달러를 돌파하고 내수와 생산 역시 각각 27%와 20.5%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자산업진흥회의 추정치는 전자산업이 올들어 국제통화기금(IMF)의 그늘에서 완전히 탈피, 본격 성장궤도에 진입했음을 뜻하는 것으로 매우 반가운 현상이다.

 우리나라 산업의 견인차라고 자부해오던 전자산업 수출이 작년까지만 해도 지난해 대비 6.7% 감소하면서 내수 역시 7.0% 증가에 머물러 고전을 면치 못했던 점에 비춰 보면 올해 전자산업의 성장은 예상 밖의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관계부처에선 올해 전자산업 수출이 529억36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어 전자산업의 수출확대에 기대가 크며 또 이를 높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전자산업이 수출주도형 산업으로서 성장과 고용증대는 물론 국내경기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해주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전자산업의 경기도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초호황을 누린 것 같다.

 최근 본지 보도에 의하면 SK증권이 전기·전자·정보통신 업종의 12월 결산법인 7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 영업실적 추정치에서 매출액은 77조9739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12% 증가에 불과하지만 경상이익은 10조1668억원으로 570%나 증가하고 특히 순이익은 6조7770억원으로 무려 1170%나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은 올해 전자산업이 초호황을 누렸다는 데 이의가 없을 것 같다.

 전자산업이 이처럼 올해 고속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반도체와 정보통신기기의 수출호조와 IMF 이후의 경기회복 때문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인건비 절감, 금융비용 감소 등 그동안의 구조조정 노력이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인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요인일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업체에서는 내년도 전자산업 투자가 활기를 띠고 자금사정도 호전될 것이라는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는데 과연 이같은 성정세가 내년에도 계속될 것인가 하는 물음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부정적이다.

 내년 전자산업 수출증가율이 올해에 비해 14% 포인트 이상 줄어든 18.7%에 불과하고 특히 내수와 생산 증가율은 올해에 비해 거의 절반수준 이하로 줄어들 전망인 만큼 내년 경기를 결코 낙관해서는 안된다. 또 올해 사상 최대의 증가율을 보인 순이익 증가율은 내년에 23%에 불과할 것이라는 예측은 깊이 새겨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매출액 증대라는 외형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내용면에서의 안정성장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전기·전자·정보통신업체들이 마련중인 내년도 사업계획에 이같은 경기 전망치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대응노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내년도 경기예측에 있어서는 우선 전자·정보산업의 세계시장 규모가 계속 확대되고 한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계속 제고되는 등의 여러가지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성장주도 품목의 내수시장 포화, 수입선 다변화제도의 해제 등 부정적인 요인도 많다.

 더욱이 금융시장 불안과 원부자재 조달의 어려움을 비롯해 인력난, 임금상승, 원유도입 단가의 상승 등은 전자산업뿐만 아니라 국내산업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미칠 소지가 크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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