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그스토어컴 피터 뉴퍼트
인터넷업계에는 오늘도 제2의 아마존이 되고 싶어하는 수많은 벤처업체들이 생겨나고 있다. 온라인 약방 드러그스토어컴도 새로운 성공신화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하는 벤처 중 하나다.
지난해 피터 뉴퍼트(42)가 드러그스토어의 CEO가 됐을 때 가족과 친구들은 그를 말렸다. 당시 뉴퍼트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뉴스&퍼블리싱부문 부사장이었다. MS사의 인터넷전략을 세우는 최고 두뇌로서 그는 「MSNBC」와 「MS온라인매거진」 같은 작품을 만들어냈다. 그런 그가 MBA를 마친 후 곧바로 입사해 11년 동안 일해왔던 직장에 어느날 갑자기 사표를 던진 것이다.
드러그스토어컴은 알고 보면 제프 베조스의 후원을 받는 회사다. 벤처캐피털 KPCB와 아마존이 비밀리에 회사설립을 추진했다. 뉴퍼트를 CEO로 지명한 사람도 바로 베조스다. 그의 제안을 받은 뉴퍼트는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의 그늘에서 벗어나 인터넷 비즈니스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싶었다. 게다가 연간 1025억달러 규모의 의약시장은 MS를 포기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실리콘밸리 최고의 투자회사 KPCB와 아마존이 인터넷에 함께 문을 연 드러그스토어컴(Drugstore.com)은 올 2월 개장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첫날 하루동안 무려 1000만명의 구경꾼이 몰려 월스트리트 투자가들을 긴장시켰다. 물론 실제로 약을 사간 사람은 극소수이고 호기심으로 들러본 웹서퍼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기록적인 수치는 인터넷약국의 성공 가능성을 점치기에 충분했다.
뉴퍼트는 드러그스토어컴이 약국 문을 열고 들어가 말하기 쑥스러운 제품을 사려는 손님들부터 공략해 차츰 기반을 넓혀 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면 콘돔이라든가 설사약, 다이어트 용품을 살 때 인터넷이 훨씬 마음 편하다는 것. 문제는 얼마만큼 익명성을 보장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뉴퍼트는 100% 비밀을 지켜줄 것이라고 말한다.
드러그스토어컴이 극복해야 할 또다른 과제는 처방전이다. 온라인 약방에서 약을 주문하려면 의사의 진단서를 보내주거나 담당의사와 사이버약사가 전화통화를 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하지만 매번 약국에 나가는 것과 비교하면 그리 큰 수고도 아니다.
뉴퍼트는 AOL, 익사이트, 그리고 짐 클라크의 의료시스템업체 헬세온(Healtheon) 등과 협력계약을 맺었고 아마존과도 꾸준히 공동 프로모션을 전개하고 있다. 그는 또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업체들과의 제휴에도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MS시절 뉴퍼트는 IBM과 OS/2 공동개발을 지휘하는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주도한 바 있다. 그는 거대 도매상 라이트에이드(Rite Aid)와 손잡고 온라인 약방을 오프라인과 연결시켰다.
요즘엔 「웹 라이프(Web Life)」나 「인터넷 타임(Internet Time)」 같은 말이 유행어다. 매일 아침을 스타벅스(Starbucks) 커피와 함께 시작하는 뉴퍼트는 앞으로 드러그스토어 같은 회사가 생활속의 인터넷을 실현시켜 줄 것이라고 믿는다.
뉴퍼트는 『CEO로서 가장 힘든 일은 시간을 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시간이 모든 것을 결정짓는 인터넷사업을 하다보면 불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위험한 베팅을 해야 할 순간이 많기 때문이다. 뉴퍼트는 제프 베조스의 꿈을 가지고 가장 바쁘게 뛰는 eCEO 중 한 사람이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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