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익 쓰리말 사장
세계적인 인터넷 보급의 확산으로 각국의 제품정보를 실시간으로 획득하게 되면서 이제 기업의 제품판매전선은 국경없는 경쟁상황으로 치닫게 됐다. 이에 따라 요즘엔 아예 시작부터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승부를 거는 기업이 부쩍 늘고 있다.
초기 벤처기업의 경우 틈새시장을 노리는 경우가 많은데 세계시장을 상대로 한다면 틈새시장이라도 그 규모가 결코 작지 않다. 문제는 경쟁력이다. 해외진출을 시도하는 기업들에 다소나마 도움이 될까 해서 필자가 해외진출을 하며 느낀 점 몇가지를 적어본다.
첫째, 기술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기업에는 역설적이겠지만 단순히 독창적이고 뛰어난 기술을 가졌다는 것만으론 성공할 수 없다.
기술을 실제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해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미국에서 성가를 높이고 있는 우리나라 벤처기업 다이얼패드사에서 제공하는 인터넷전화를 보자. 사실 이러한 형태가 처음도 아니고, 다른 기업에서도 흉내낼 수 있는 것이었지만, 다이얼패드는 다른 기업과 달리 인터넷전화를 누구나 편하게 쓸 수 있게 제공하고 또 널리 알리는 데 성공해 단시일내에 많은 사람들이 쓸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이 경쟁력이다.
시장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핵심기술도 공개하고 심지어 무료로 쓰게 해주는 시장경쟁 환경에서 핵심기술의 확보에만 신경을 쓰다간 실제 돈을 벌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데 실패한다. 기술개발과 함께 고객의 편의를 고려하면서 개발력을 집중해야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굳이 해외시장에서만 통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이 크면 클수록 더욱 중요하다는 점에서 해외진출시 꼭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사용자 편의가 고려되지 않은 제품일수록 사후서비스 요청이 많이 발생하게 돼 엄청난 비용을 유발하게 되므로 매우 중시해야 할 부분이다.
둘째, 선진국 위주의 진출을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선진국일수록 구매력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개방으로 인해 유사제품간 경쟁이 치열하다.
개도국일수록 소득수준에 비해 특정 제품에 대한 구매력이 큰 경우가 많고 경쟁도 덜 치열하다. 일단 시장을 선점하고 나면 안정적 매출이 가능하다. 대부분 가격도 더 높게 받을 수 있다. 일례로 필자의 회사에서 만든 장비가격도 미국보다 중국에서 훨씬 더 높게 매겨져 팔리고 있다.
셋째, 일반적으로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개도국에서 생산을 적극 추진하지만 간혹은 그 반대경우도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생산비가 낮은 나라에서 제조된 제품은 선진국에서 생산된 제품과 같은 품질임에도 싸구려로 취급받는 경우가 많다.
선진국에서 만든 제품의 경우 일반적으로 고급품으로 인정받게 돼 결국 더 많은 이윤을 주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무의식적으로 소비자 뇌리에 박힌 국가 이미지가 상품의 생산지와 연관되기 때문이다.
필자도 미국에서 야구모자를 산 적이 있는데 미국산이 외국에서 제조·수입된 제품에 비해 3배 이상이나 비쌌지만 메이드 인 USA를 선택하였다. 그런데 두 제품은 실제로 동일한 회사에서 동일한 재질로 디자인만 다소 다르게 만든 것이었다. 모자의 경우가 이러할진대 하이테크 제품이나 소프트웨어 같은 경우엔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소규모의 벤처기업이라도 미국 등지에 생산기지·연구센터 등의 소재지를 두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 봐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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