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VoIP> "통신혁명" 몰고온다

앞으로 5년안에 무료로 전화를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다-시스코시스템스 존 체임버스 회장.

 이 얘기를 듣는 사람중에서는 광고를 들으면 통화를 무료로 할 수 있는 무료전화서비스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료전화서비스를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VoIP라는 새로운 통신기술이 이를 가능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전화라는 뜻의 VoIP(Voice over Internet Protocol)가 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둔 전세계 통신업계를 대변혁으로 이끌고 있다. 통신사업자는 새로운 패러다임인 VoIP를 수용하는 새로운 사업전략을 세우는 데 회사 사운을 걸고 있고 통신장비업체들은 하루가 멀다 않고 새로운 솔루션을 선보이면서 시장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VoIP는 음성통화를 기존 전화망이 아닌 인터넷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통신기술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국제전화나 장거리전화같은 고가의 전화서비스를 저렴한 시내전화요금을 지불하면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인터넷에는 시내요금, 시외요금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VoIP 이용자는 시내전화 회선을 통해 바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고 전세계 어디서나 구축돼 있는 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지역과 통화할 수 있다. 결국 인터넷이라는 전세계 공용의 통신공간의 탄생은 필연적으로 VoIP라는 개념의 통신방식을 탄생시킨 계기로 작용한 셈이다. 이와는 달리 월정액을 내고 데이터 전용선 서비스를 받는 기업체도 VoIP기술을 이용하면 무료로 지사와 본사간, 지사와 지사간 음성전화를 이용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측면이 그동안 대부분의 수익을 국제전화나 시외전화 수익에 의존했던 통신사업자나 음성교환기 위주의 통신장비를 개발해 판매했던 통신장비업체 모두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VoIP가 주는 명확한 메시지는 선발 통신사업자에게는 이제는 음성위주의 수익구조에서 데이터통신 중심의 수익구조로의 대전환이다. 전화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시대는 이제 지났으며 앞으로 몇년안에 전화는 데이터통신에 끼워주는 무료서비스가 될 것으로 예견되기 때문이다. 후발업체에 VoIP는 새로운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인터넷서비스가 주력인 후발 통신사업자들은 VoIP기술을 이용, 선발업체보다 저렴한 가격에 음성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무기를 갖게 된 것이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 앞으로 통신사업자들의 수익구조다.

한국통신은 지난달 사이버 월드 리더라는 새천년의 비전을 선포했다. 기존 음성전화 매출 위주의 수익구조에서 앞으로는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데이터통신,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 전자상거래 등으로 수익구조를 전환하겠다는 것이 이번 비전의 골자다. 한국통신측은 새천년 비전이 달성되면 인터넷과 데이터 관련 매출비중이 지난해 12%에서 2005년에는 36%로 대폭 늘어나고 전화사업 비중은 68%에서 45%로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동통신 매출을 포함한 수치로 실제 전체 매출에서 유선망을 통한 음성통신 매출 비중은 더욱 낮아지게 된다.

 해외통신사업자들도 마찬가지다. 세계 제1위의 통신사업자인 AT &T는 더욱 혁신적인 수익구조 개선책을 내놓았다. 이 계획안에 따르면 현재 전체 수익 중 60%를 점유한 전화사업 비중은 2004년에는 30% 수준으로 축소된다.

 그러나 데이터통신서비스는 올해 19%에서 2004년에는 43% 수준으로 대폭 늘어난다.

 VoIP의 도입은 인터넷 붐으로 높은 성장세를 기록중인 네트워크업계에 날개를 달아준 꼴이 됐다. 반대로 루슨트테크놀로지스·노텔네트웍스·알카텔·지멘스 등 기존 음성통신장비 위주의 대형 통신사업자에게는 위기감을 더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여기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다가는 데이터통신장비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전공인 음성장비시장마저도 뺏길 운명에 처한 상황이다. 이들 업체가 최근 잇따라 네트워크장비업체들을 인수하는 것도 이러한 위기를 반영한 결과다. 여기에 CTI기술로 무장한 인터넷폰업체들이 이 시장에 가세하면서 시장은 더욱 혼미해지고 있다. 통신장비업체들에도 VoIP기술은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하나의 키워드가 됐다.

내에서 VoIP기술은 통신사업자보다는 회선비용을 줄이려는 기업체를 중심으로 빠르게 파급되고 있다. 롯데리아·새마을금고연합회·현대자동차·의료보험공단 등 지사와 본사간의 통신이 빈번한 기업체들이 앞장서 VoIP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이를 도입하면 기존 전용선과 별도의 음성회선을 이용하는 것에 비해 통신요금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고 통신망이 단일화돼 운영면에서도 이점이 많기 때문이다. 또 가상사설망기술이 발달하면서 전용선을 이용하지 않고 공중망인 인터넷을 이용, 더욱 저렴한 비용으로 VoIP기술을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곧 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통신사업자들의 움직임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통신사업자들은 아직까지 VoIP기술이 초기 투자비용, 음질, 신뢰성 문제 때문에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있지는 않지만 기술발전에 따라 이러한 문제점이 해결될 것으로 보고 VoIP서비스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먼저 VoIP서비스를 선보인 통신업체는 후발 통신사업자인 두루넷. 두루넷은 지난달부터 1000여명의 서울·부산·대구·인천지역의 초고속 인터넷서비스 가입자를 대상으로 제공해온 VoIP 인터넷전화 시범서비스를 이달 중순 상용서비스로 전환한다. 이 서비스에 가입할 경우 VoIP 전화기를 통해 서울·부산·대구·인천간의 시외전화를 일반 시내전화 요금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밖에 하나로통신·데이콤·한국통신 등의 기간통신사업자들은 물론 별정통신사업자들도 내년쯤에는 일부 서비스에 한해 VoIP기술을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VoIP기술은 이제 꿈이 아니라 현실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유형준기자 hj yoo @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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