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303)

 암시장은 여러가지 형태로 확산되어 있었다. 그것은 공식적인 곳도 있고 비공식적인 곳도 있었다. 지하철 입구 꽃파는 사람들이 서 있는 다른 편에는 꽃이 아닌 물건을 들고 서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주로 몸집이 뚱뚱한 중년 부인들이 많이 눈에 띄었고, 더러는 남루한 옷을 걸친 늙은이들이었다. 대열 중에 가끔 청년이나 처녀의 모습도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콜라병이나 구두, 더러는 칫솔이라든지 비누가 들려 있었다. 주로 생활필수품이었는데, 그것을 들고 있는 것이 이해되지 않아 나는 옆에 있는 로버트 대위에게 물었다.

 『지금 소련의 경제는 최악의 상태입니다.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그 경제의 열악성 때문에 머지 않아 자체 붕괴될 것으로 보고 있지요. 고르바초프가 하고 있는 개혁이 그나마 그 붕괴를 부채질할 것입니다. 소련은 한번 깨어져야지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콜라 한 병을 팔려고 저렇게 들고 나와 서 있는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콜라 한 병의 가격이 저 사람들 월급 10%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안다면 놀랄 것입니다. 물가는 통제하지만 절대적으로 모자란 생필품으로 해서 뛰어오르고 있지요. 물론, 국영 상점에서 팔리는 값은 그렇게 비싸지 않지만, 그곳에 가면 아예 물건이 없습니다.』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소련이 곧 망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로부터 3년 후에 소련의 공산주의는 망하고 러시아로 다시 태어났던 것인데, 나는 그때 이미 그 징후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소련의 붕괴는 쿠데타 발생과 그 실패라는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산업 경제에서 온 패배였다. 공산주의의 몰락은 소련이 지향해 왔던 산업 경제의 몰락이었다.

 소련은 볼셰비키혁명 이후 생산수단을 국유화하고 국민경제를 사회주의화하면서 대외의존도를 줄였다. 국민생활 경제를 자급자족하는 이우타르키적 경제정책을 썼다. 그러나 1960년대에 오면서 노동력과 자원공급이 제약을 받게 되고, 국민수요가 다양화하면서 새로운 경제상황을 맞게 된다.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70년대 후반부터는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개혁을 모색해 수정주의가 도입되었으나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한정된 법 위에서 토지를 사유화하고, 소규모 개인기업을 소유하는 것을 인정했지만, 그것은 공산주의식 신흥 재벌을 잉태했을 뿐이었다. 게으름과 의욕의 상실은 생산성을 급격히 떨어뜨리고, 노동력 감소를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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