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황규빈 텔레비디오 회장

 80년대 초반 단돈 50달러를 들고 미국으로 건너와 한국계 기업 최초로 나스닥시장에 등록해 억만장자가 된 인물.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쿠퍼티노의 허름한 차고에서 9000달러로 컴퓨터터미널 사업을 시작해서 세계적 선풍을 일으킨 것은 미국의 유명 벤처기업가들의 그것과 너무 흡사하다. 바로 텔레비디오의 황규빈 회장(63)이다.

 한때 미국 400대 부자 리스트에 올라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그가 이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 제2의 사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가 지난날 화려했던 영화의 재기를 위해 최근 들고 나선 비장의 무기는 네트워크서버용 윈도기반터미널(WBT). 「신 라인(Thin Line)」이라고도 불리는 이 터미널은 네트워크에 연결해 윈도나 자바, 유닉스 등 모든 운용체계(OS)를 한꺼번에 쓸 수 있는 제품. 하드디스크와 CD롬 드라이브를 떼어내 일반 PC에 비해 크기와 무게가 절반에 못미치고 가격도 3분의 1정도다.

 그는 올해 99추계컴덱스에 출품해 전문가들로부터 관심을 모은 WBT가 2000년까지 100만대 정도 팔리면서 텔레비디오의 명성을 되찾게 해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터미널로 많은 돈을 벌었는데, 80년대 중반 PC가 부상하는 바람에 큰 타격을 입었지요. 하지만 참고 견디다보니 이제 다시 기회가 오고 있어요. WBT로 PC시장에 도전할 작정입니다.』

 그는 자신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으로 획기적인 사고, 유연한 마케팅 전략, 그리고 사업철학과 비전을 꼽았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국내 벤처사업가들에 대한 충고도 빠트리지 않았다.

 『한국 벤처기업가들은 비즈니스 마인드가 부족한 것 같아요. 아이디어가 좀 있다고 무작정 달려 들지 말고 뚜렷한 사업 비전을 세운 다음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가야 합니다. 자신의 기술을 자랑하기 위한 것보다 사회와 인류를 위한 편리한 제품과 기술을 만들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봐요.』

 황 회장은 모국에 대한 투자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터미널과 모니터를 각각 국내에 있는 하이트론과 KDS로부터 납품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경기도 동부지역의 실버산업에 진출하기 위한 1억달러 규모의 투자의향서를 LA를 찾은 경기도 해외투자유치단에 제출하기도 했다.

쿠퍼티노=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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