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빨리빨리"와 인터넷 경영

 우리는 땅은 좁고 인구는 많아 항상 식량이 부족했다. 또한 외침이 잦아 서두르지 않으면 안되는 역사 속에서 발전해 왔다. 더욱이 30여년의 짧은 기간에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공장과 아파트를 짓고 기술개발을 해야 하는 과정에서 빨리빨리 서두르는 습성이 생겼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발주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외국인이 가장 먼저 배워야 할 한국어가 「빨리빨리」라고 한다. 정부부처에서 요청하는 일도 빨리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들이 너무 많다. 최근에 와서는 퀵서비스가 산업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길을 가면서 전화를 받고 있는 사람들은 시골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 시점에서 빨리빨리 습성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상황을 보면 두발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이다. 빨리빨리 처리하는 전략이 아니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경제성과를 이룩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IMF의 위기 속에서도 짧은 기간에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것은 자전거 위에서 페달을 열심히 밟은 우리 국민의 자세 때문일 것이다. 시장이 좁고 첨단기술이 부족한 우리로서는 순간성과 차별화를 발굴하여 투자하고 개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이런 관습을 만든 것이다.

 핸드폰이나 메모리 중심의 반도체기술이 좋은 예다. 선진국의 관심이 적은 품목이나 투자를 위해 수지타산을 계산하는 동안에 순간적으로 의사를 결정하고 빨리 투자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무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빠른 제품출하가 절대적이다. 제품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추구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제품의 출하시기를 빠르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전략이다. 수없이 쏟아지는 정보를 추출하고 정리하여 새로운 지식으로 만들고 그 지식을 토대로 기술개발과 상품개발을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

 「빨리빨리」의 습관을 긍정적인 문화로 정착시켜 21세기 정보시대를 추진해 나갈 수 있는 슬로건으로 내세울 필요가 있다.

 정부는 2001년까지 15조원에 달하는 정부조달시장에 전자상거래를 도입할 계획이다. 그러면 빨리빨리 관습을 긍정적인 문화로 발전시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품질을 계획대로 유지하면서 공기를 단축하는 길은 인력의 능력을 향상시키거나 일하는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길뿐이다. 교육과 훈련을 통한 능력향상도 필요하겠지만 그 효과는 극히 제한적이다. 사람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과 함께 일하는 방법과 자세를 변경하고 일하는 공정을 개선하는 것은 내부로부터 일으키는 구조조정이다. 조직적 구조조정은 반드시 내부적인 프로세스의 조정이 뒤따라야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다. 프로세스를 평가하여 미진한 분야를 개선하고 우수한 분야를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게 해야 한다.

 개선된 프로세스는 세밀한 문서를 작성하고 조직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 사람이 개선한 프로세스는 조직원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표준을 만들고 설명서를 작성하여 조직 전체에 보급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반복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발굴하여 표준화하고 문서화하여 조직원 전체가 활용하고 다음 프로젝트에 재사용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인터넷사회에 적응하려면 프로세스를 개선하면서 빨리빨리 인터넷 경영문화를 수용하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이경환 한국정보과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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