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운 것은 윈텔(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이 아니라 휴대폰이다.」
일본 게임기 업체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의 구다료기켄 사장은 세계 가정용 비디오게임기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고 있는 「플레이스테이션」의 후속 기종인 「플레이스테이션2」의 상품화 계획을 발표한 이후 각종 공개 석상에서 이 말을 빼놓지 않고 되풀이한다. 젊은층 사이에서 전자우편 등이 가능한 휴대폰이 「엔터테인먼트(재밋거리)」로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게임기에 몰리는 「돈」을 빼앗아 가는 라이벌로 떠오르고 있다는 의미다.
휴대폰의 동향을 주시하는 곳은 게임기 업계뿐이 아니다. 세계적인 IT 관련 전시회로 지난달과 이달 초 열렸던 「텔레컴99」나 「추계컴덱스쇼」 등에서 기존 연설에 나선 주요 컴퓨터 및 통신업체들의 최고경영자(CEO)들도 한결같이 「지금부터는 모빌(이동통신) 시대」라고 역설했다.
휴대폰이 이처럼 주목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올들어 휴대폰이 인터넷 접속 기능을 가지게 됐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 「인터넷 서비스로는 돈벌이가 어렵다」는 상식을 휴대폰이 뒤집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돈벌이가 된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은 일본 최대 이동통신사업자인 NTT도코모가 벌이고 있는 휴대폰 정보서비스 「i모드」. 서비스 개시 불과 8개월만에 200만명을 넘는 사용자를 확보했으며, 이 가운데 약 절반은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게다가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콘텐츠 사업자 가운데는 이미 한 달에 수천만엔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곳도 등장했다.
i모드가 이처럼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콘텐츠 사업자가 그만큼 많이 몰렸기 때문인데, 통신료와 정보료를 도코모가 사용자로부터 일괄 징수한 후 정보를 콘텐츠 사업자에게 분배하는 편리한 과금시스템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즉 휴대폰 사업자가 콘텐츠 사업자를 대신해 사용자로부터 정보료를 징수함으로써 콘텐츠 사업자가 개별적으로 과금시스템을 구축하는 수고를 덜어주게 되는 시스템인 것이다. 이 때문에 무료 콘텐츠를 유료로 전환하기를 희망하는 사업자들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또 콘텐츠 사업자에게 있어 더 매력적인 것은 일단 휴대폰에 전송한 데이터는 복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여기에 기존 인터넷 콘텐츠를 그대로 i모드로 보낼 수 있다는 점도 콘텐츠 제공 사이트가 수천개 규모로 폭증하는 데 상당히 기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콘텐츠 증가에 힘입어 지난 2월 서비스 개시한 i모드 계약자는 10월 상순 시점에서 매일 1만3000∼1만8000명이나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 달로는 40만 정도가 느는 셈이다. 앞으로도 이 같은 증가세가 유지되면 당초 목표로 했던 초년도 300만명을 훨씬 웃돌아 4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1000만명의 가입 목표도 당초보다 1년 단축해 2년만에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가입자가 폭증하자 새로운 콘텐츠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는데, 특히 주목되는 것은 「소리」와 「영상」을 담은 서비스다. 그 중 특히 착신음을 멜로디로 들려주는 착신멜로디의 입력코드를 다운로드하는 서비스나 만화 등의 캐릭터를 매일 전송하는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실 이런 새 서비스의 등장은 휴대폰의 새로운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음악이나 단순 게임 소프트웨어의 서비스뿐 아니라 동영상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전자상거래 수단으로 진화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당장 이러한 서비스는 기대하기 어렵다. 가장 큰 이유는 휴대폰 단말기 크기나 중량, 가격 등에서 상당한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에서 잘 팔리는 단말기는 가격이 2만엔 이하이고 무게도 70g 정도다. 그러나 동영상을 컬러로 처리할 경우 액정 화면이 커지고 전지 수명도 문제가 된다. 가격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 대안으로 단말기를 통화 부문과 그 이외 기능 부문으로 나누는 방식의 제품도 시험 제작돼 선보이고 있다. 이 경우는 그 수요가 게임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마니아나 용도가 분명한 비즈니스맨에 한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이유는 통신서비스 속도다. 현재 일본에서 제공되고 있는 이동통신용 데이터전송 서비스의 속도 상한은 휴대폰의 경우 9.6Kbps 또는 28.8Kbps이고, PHS는 32Kbps 또는 64Kbps로 동영상을 주고받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오는 2001년 NTT도코모 등이 개시할 예정인 IMT2000 기반의 차세대 고속 이동통신 서비스에서는 자연스런 동영상 서비스를 기대해 볼 만하다. 이 서비스는 개시 초기 전송속도가 최대 384Kbps로 동영상 전송이 비교적 용이하다.
사실 이동통신의 고속화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따라서 유선 인터넷에서 보아 왔던 서비스의 발전이 이동통신에서도 재현돼 결국 유통되는 콘텐츠는 통신속도 향상과 함께 문자 정보로부터 정지영상, 그리고 정지영상에서 동영상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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