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암벡스벤처그룹 회장 이종문

 그는 소설보다 더 기구한 인생을 살아왔다. 세 번의 권총자살 시도에서 「실리콘밸리 한국인 벤처사업가의 대부」에 이르기까지 극과 극을 넘나들었다. 올해 72세의 이종문 미국 암벡스벤처그룹 회장. 그를 만나러 미국 새너제이 북쪽 포톨라밸리에 있는 그의 저택을 직접 찾았다.

 이 회장은 자신에게 성공을 안겨준 다이아몬드멀티미디어시스템스 경영권을 물려준 지난 96년, 69세에 암벡스벤처그룹을 설립해 벤처캐피털리스트로 변신했다. 요즘 국내 벤처기업가를 돕는 일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모국의 벤처산업을 위해서 작지만 뭔가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앞으로 그 일을 꼭 하고 싶습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모국투자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며 국내 벤처산업에 대한 깊은 애정과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올해 미국 스탠퍼드대학에 200만달러 기부해 「한국 정보기술 고급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설치한 데 이어, 최근에는 자비로 몇십만달러를 들여 한국의 정보산업과 관련한 연구조사를 스탠퍼드대에서 진행하고 있다.

 『한국의 소프트웨어(SW) 산업이 어느 수준에 있고 문제점이 뭔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SW를 주제로 삼은 이유는 이 분야가 앞으로 정보기술을 이끌어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올 연말 연구결과 보고서가 나오는 대로 한국 정부에 제출할 계획입니다.』

 이 회장은 요즘 벤처캐피털 업무와 함께, 과거 서양과 아시아 관계의 역사에서 오늘날 정보산업에 이르기까지의 흐름을 연구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고사를 더듬으면서 아시아가 정보기술산업을 얼마나 발전시킬 수 있는가, 또 정보기술이 아시아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가 연구 주제다. 성공한 실리콘밸리 사업가로서 한국의 벤처산업에 대해서는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다.

 『여러 정부기관이 동시에 벤처정책을 펴고 있는데 이러다가 관제 벤처만 늘까 걱정입니다. 물론 젊은이의 능력을 잘 집결시켜주고 작은 벤처기업을 잘 묶어주면 어느 정도 성장할 것이라고 봅니다. 한국인들은 집념이 강하고 목적의식이 뚜렷하고 달성의욕이 강해요. 이런 점이 벤처산업을 강하게 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봅니다.』

 한국의 벤처기업에 대해 그는 『의욕과 아이디어는 있는데 세상물정에 어둡다』고 꼬집었다. 상대방과 서로 다른 의견을 조정하고 합의하는 슬기와 조화, 그리고 세계시장을 볼 수 있는 시각도 필요하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젊은 기업가들에게 모든 것을 바랄 수는 없습니다. 이들을 도와주는 벤처 캐피털리스트, 하이테크 분야 변호사나 회계사, 제품과 기술의 부족한 부분을 도와줄 수 있는 컨설턴트 등이 나와서 원만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당면과제입니다.』

 이 대목에서 그는 정보산업을 중심으로 국가경쟁을 할 수 있는 전략을 정부, 산업계, 학자, 외국에 있는 사람들이 같이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세운 암벡스벤처그룹에서 현재 직·간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정보기술 업체는 30개사. 투자원금도 연간 1억달러가 넘는다. 그는 벤처 캐피털에 가장 중요한 것은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리스크가 단계별로 있을 때 위험도가 등장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것을 말한다.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에게는 예방과정에서 다른 리스크가 나타나면 제어해서 이를 최소화하는 노력과 리스크 예지 능력이 필요합니다. 리스크 테이킹은 기업가와 벤처 캐피털이 같이 나눠야 합니다. 아쉽게도 한국에는 이것이 부족합니다.』

 실리콘밸리에서 「벤처기업가의 성공신화」를 실현한 그가 보는 실리콘밸리의 강점은 무엇일까. 『생태계가 잘 돼 있습니다. 새끼 토끼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먹이, 기후가 적절하고 다른 동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야 하는데 실리콘밸리가 바로 그런 곳이지요.』 그는 국내에서 조성되는 각종 「밸리」에도 무엇보다 이같은 생태계를 가꾸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에게는 냉혹하고 철저하면서도 기업이익의 이웃·사회환원을 실천하고 있는 기업가다. 지난 95년 청소부 등 전종업원 모두에게 주식을 단돈 7센트에 나눠줘 직원 34명이 수백만달러씩을 벌게 했다. 최근에는 연간 600만달러를 사회에 기부하면서 미국전체 기부순위 21위를 차지하고 있다.

 고급저택에서 재혼한 일본인 부인과 단둘이 살고 있는 그는 『일에는 나이가 없다』는 「일흔 두살 청년」 이종문 회장은 하루하루 새로운 모험에 도전하고 있다.

약력

△28년 충남 당진 출생 △54년 중앙대 법대 졸 △58년 조지피바디대 도서관학 석사 △63~70년 종근당제약 상무 △82년 다이아몬드컴퓨터시스템스 설립(55세) △88년 IBM과 애플컴퓨터의 호환시스템 "트랙스타" 개발 △93년 실리콘밸리내 고속성장 랭킹 8위 선정, 미국내 초고속성장기업 17위 선정 △93년, 94년 "오늘의 기업인상" 수상 △95년 다이아몬드멀티미디어시스템스 주식 공개 △95년 이종문 재단 설립, 1500만달러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박물관 기부 △96년 암벡스벤처그룹 설립 △아시아.태평양 정보기술 수뇌회의 회장(현재), 다이아몬드멀티미디어시스템스 명예회장(현재),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센터 컨설팅 교수(현재), 미국 PECC 이사회 부의장 새너제이 기술혁명 박물관 이사(현재), 아시아 예술박물관 이사, 미국 적십자사 샌타클래라 지부 이사(현재)

새너제이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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