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선 기술산업부장 kspark@etnews.co.kr
「과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과학계는 물론이고 과학입국을 슬로건으로 내건 정책 당국자들이 수시로 강조하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과학기술 수준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것만은 우리가 세계 최고」라고 자랑할 만한 기술 또는 100만달러 이상 로열티를 받는 상품기술을 찾아보기 힘든 게 우리 과학기술계의 현주소다.
이처럼 우리의 과학기술 수준이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투자부족이다. 창피한 일이지만 우리의 과학기술 예산은 세계적인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금액에도 미치지 못한다. 여기에 덧붙여 패거리문화가 판치는 대학, 대학보다 못한 정부출연연구소, 원천기술 개발보다는 모방에 연연하는 기업, 장관 임기에 따라 연구개발 과제가 수시로 바뀔 정도로 정부정책이 갈팡질팡하면서 10조원에 달하는 과학기술 예산이 적재적소에 활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학의 세계에는 국경이 없다. 따라서 우리가 이처럼 예산타령만 하고 있을 때에도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후진기어가 없는 과학이라는 자동차에 탑승했기 때문에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이다.
운동선수의 경우 올림픽이나 세계대회에서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차지해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그러나 과학의 세계에서 2등이란 아무런 가치도 없다. 오로지 최초만이 인정받는 세상이다. 따라서 선진국보다 평균 4.9년 뒤진 것으로 평가되는 우리의 과학기술이 이들과 어깨를 견주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정부가 정보통신기술, 소재재료, 생명과학, 에너지, 환경 산업을 21세기를 주도할 과학기술로 선정하고
연구개발 자원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특히 오는 2025년까지 우리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세계 7위로 끌어올려 과학기술이 주도하는 국가경영체제를 구축해나가기로 한 것은 올바른 선택이라고 본다. 이같은 선택이 결국은 국가의 부와 성장의 원천이 지식 정보 과학기술 중심으로 이동되는 21세기 지식사회에 대응할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가 미래 유망기술을 선정하고 이를 집중 육성하기로 한 것은 고육지책이라 아니할 수 없다. 과학기술 투자예산이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적은만큼 이곳저곳 기웃거리지 않고 유망기술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도 응용기술 분야의 부가가치 창출과 우위선점의 가능성, 다른 기술 및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이와 함께 정보사회를 선도하기 위한 실천과제로 차세대반도체·통신망·인터넷·실감형 멀티미디어 관련 핵심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고, 국민들이 정보화 환경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1인 1PC, 1인 전자우편, 1인 1홈페이지 등 「1인 1사이버하우스」환경을 구축해나가기로 한 것은 전자정부를 구현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실감나는 대목이다.
그뿐만 아니라 전자상거래와 정보제공업 등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신산업과 첨단 애니메이션·게임·문화·방송산업 등 새로운 유망산업을 발굴, 육성해나가겠다고 밝힌 것도 시의 적절한 선택이라고 본다.
또 산업경쟁력 강화를 통한 국부창출 방안의 하나로 정보통신·생명·환경·에너지·메카트로닉스 및 시스템·재료 및 공정 등 미래 유망분야의 핵심기술을 전략적으로 개발하고, 기술혁신을 장려하기 위해 「벤처성업공사」 또는 「벤처본드(Venture Bond)유통회사」 설립에 나서기로 한 것도 올바른 판단이었다. 이를 통해 기술집약형 벤처기업의 설립과 운영을 중점 지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우리의 기초과학수준을 세계 상위권으로 부양해 노벨상 수상에 도전하는 등 과학기술부가 「2025 과학기술발전 장기계획위원회」에 의뢰해 마련한 「2025년을 향한 과학기술 장기발전 비전(안)」에 담긴 내용은 많다. 이제야 우리의 정책당국자들이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 같다.
정책입안보다 중요한 것은 실천의지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과학기술계가 독창성과 창조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앞장서 기존 연구개발 제도, 조직, 경영기법 등 연구개발시스템과 연구문화를 총체적으로 개선하는 한편 국내 연구개발자원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 최첨단 과학기술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외 우수 연구인력 국내유치에 적극 나서는 등 글로벌 네트워킹형 연구개발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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