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슈퍼컴퓨터 시장은 크게 미국 개발업체 주도의 초병렬형 컴퓨터와 일본 개발업체 주도의 벡터형 슈퍼컴퓨터로 양분돼 있다.
또 설치실적 면에서도 두 나라 개발업체들이 양분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에게 빼앗긴 슈퍼컴 시장을 회복하기 위해 미 정부가 미대륙으로 수입되는 일본산 벡터형 슈퍼컴퓨터에 대해 200%에서 400%가 넘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며 일본 업체의 자국진출을 철저히 막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시장의 80% 이상을 미국산 초병렬 슈퍼컴퓨터가 점유하고 있다. 반면, 일본 개발업체들은 모두 벡터형 슈퍼컴퓨터를 생산, 아시아와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벡터형 슈퍼컴퓨터와 초병렬 슈퍼컴퓨터의 시장쟁탈전은 한마디로 일본과 미국 개발업체의 「뿌리깊은」 싸움으로 요약된다.
최초의 슈퍼컴퓨터는 미국 과학자 시모어 크레이(Seymour Cray)가 파이프라인 개념을 도입, 개발한 벡터(Vector)형 슈퍼컴퓨터였다. 그러나 90년대 들어서면서 크레이사를 비롯한 미국의 벡터형 슈퍼컴퓨터 제조회사들이 과다한 개발비용, 고가격 정책으로 인해 수요자층 확대에 실패하면서 미국 벡터형 슈퍼컴퓨터의 아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90년대 중반 크레이사를 비롯한 많은 미국 개발업체들이 연이어 도산 또는 합병되면서 미국은 20년 넘게 지켜온 슈퍼컴퓨터의 왕좌를 일본 개발업체인 후지쯔, NEC, 히타치 등에 넘겨주고 말았다.
미국은 일본의 벡터형 슈퍼컴퓨터 업체들이 전세계 슈퍼컴 시장을 공략하자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 초병렬 컴퓨터를 통한 시장회복을 노리게 된다. 이 방식은 MPP(Massively Parallel Processor) 머신을 지칭하는 것으로, 다수의 일반범용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컴퓨터를 여러 대를 연결해 슈퍼컴퓨터처럼 사용하는 방식이다.
미국 개발업체들은 병렬처리(Parallel Processing)를 이용해 저가의 리스크(RISC) 기반 칩을 유닉스 서버에 탑재시켜 프로세서의 확장한계를 무한대로 하고 제품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추어 공급하기 시작했다.
수요자들은 값비싼 벡터형 슈퍼컴퓨터에 불만을 느끼고 초병렬형 슈퍼컴퓨터가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분야를 이끌어갈 수 있는 시스템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 정부는 일본 개발업체의 벡터형 슈퍼컴퓨터 수입을 억제하기 위해 무려 200∼400%의 관세를 부과해 업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초강수를 두며 시장 회복에 나섰다. 그러나 일본 개발업체를 중심으로 하는 벡터형 슈퍼컴퓨터에 대한 수성 의지도 만만찮다.
미국 개발업체들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99년 후지쯔, NEC, 히타치 등 일본 개발업체들은 프로세서당 9.6기가 플롭스(FLOPS), 8기가플롭스급 성능의 벡터형 슈퍼컴퓨터를 선보이며 경쟁에 나섰다.
더욱이 최근들어 병렬형 슈퍼컴퓨터와 벡터형 슈퍼컴퓨터의 장점을 결합한 병렬형벡터프로세서(PVP)를 이용한 슈퍼컴퓨터를 SGI, 선, HP, 후지쯔 등이 개발하면서 혼전에 빠졌다. 또한 초병렬 슈퍼컴퓨터 개발업체들은 초병렬 슈퍼컴퓨터가 벡터형 컴퓨터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성능을 구현할 수 있지만 가격대 성능비를 따져보면 결코 초병렬 슈퍼컴퓨터가 값싼 장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벡터형 슈퍼컴퓨터에 대한 우위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는 초병렬 슈퍼컴퓨터의 하드웨어적 성능이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병렬처리형 컴퓨터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병렬처리형 슈퍼컴퓨터 개발업체들은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최근 병렬 프로그래밍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면서 이같은 문제점 해결에 나서고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병렬형 슈퍼컴퓨터와 벡터형 슈퍼컴퓨터의 싸움은 벡터형 슈퍼컴퓨터와 초병렬형 슈퍼컴퓨터 성능향상 싸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병렬처리형 슈퍼컴이 벡터형 슈퍼컴퓨터를 능가하기 위해서는 성능을 대대적으로 향상시켜야 하며 슈퍼컴 이용자의 구미에 맞는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 개발이 필수적이다.
최근들어 미국과 일본 개발업체들은 자신들의 기술전쟁이 유럽시장 공략에 따라 결정날 것으로 판단, 유럽시장 공략에 대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초병렬형 슈퍼컴퓨터와 벡터형 슈퍼컴퓨터에 대한 선택이 자유로운 유럽지역을 장악하는 것만이 자신들이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시장 선점을 둘러싼 일본 개발업체와 미국 개발업체의 슈퍼컴 싸움은 「저가로 다양한 확장성을 지닌 슈퍼컴을 누가 먼저 만드느냐 하는 기술경쟁」에서 결정날것으로 판단된다.
대전=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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