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99 슈퍼컴퓨팅 콘퍼런스> 슈퍼컴이 "새옷" 갈아 입는다

 새로운 슈퍼컴퓨팅 기술이 밀레니엄 시대를 주도한다. 이같은 전망은 최근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제12회 슈퍼컴퓨팅 콘퍼런스를 통해 확연히 드러났다. 미국·일본의 주요 슈퍼컴퓨터 업체들이 그간 기술적 검토가 이뤄진 클러스터링 기술, 그리드, 하이퍼포먼스 네트워킹, 리눅스 등 새로운 슈퍼컴퓨팅 기술을 이번 콘퍼런스에 대거 선보였다. 특히 일부 컴퓨터업체들은 리눅스를 이용한 병렬컴퓨팅 기술을 가지고 나와 PC에서 일기 시작한 리눅스 열풍이 슈퍼컴퓨팅 분야에서도 거세게 불고 있음을 증명했다.

편집자

클러스터링 기술

 이번 콘퍼런스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분야는 「클러스터링 기술」. 이 기술은 범용 프로세서 수백개를 연결해서 슈퍼컴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로 컴팩, SGI, HP 등이 이 기술을 활용한 신제품을 출시, 호응을 얻었다.

 특히 인텔 펜티엄 프로세서 칩을 이용한 SGI의 「128 노드 PC클러스터링」, 일리노이슈퍼컴센터(NCSA)의 「128노드 NT 슈퍼클러스터」 등이 두드러졌다.

 이같은 기술 변화는 기존 슈퍼컴의 벡터프로세서를 사용할 경우 수시로 슈퍼컴을 새로 구입해야 하고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연구진들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클러스터링 기술을 활용할 경우 범용 프로세서를 무제한으로 붙여가며 슈퍼컴퓨터의 용량 한계와 속도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제시되면서 차세대 슈퍼컴퓨팅 분야의 대안으로 자리잡았다.

 전문가들은 범용 프로세서인 리스크(RISC), 알파칩 등을 활용한 클러스터링 기술이 발전될 경우 테라급 슈퍼컴퓨터가 내년 초 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후지쯔, 히타치, NEC 등 일본 업체들은 패럴렐 벡터프로세서 등 슈퍼컴용 프로세서를 이용해 만든 제품을 가지고 나왔으나 클러스터링 기술이라는 대세에 「다소 밀렸다」는 평을 받았다.

그리드 기술

 이번 콘퍼런스에서 전세계 슈퍼컴퓨터를 전기적 격자로 묶겠다는 「그리드」 기술이 발표돼 연구진들의 시선을 모았다.

 그리드는 기존 슈퍼컴퓨팅센터를 중심으로 여러 대학과 연구소, 산업체의 슈퍼컴을 하나의 격자로 묶어 전세계를 하나의 슈퍼컴퓨터화하겠다는 야심찬 기술. 미국과학재단 산하 연구기관들이 「액세스 그리드」 「파워 그리드」라는 개념을 제기하면서 밀레니엄을 열어갈 신기술로 급부상했다.

 「언제, 어디서나 PC를 포트에 연동해 전세계에 있는 모든 슈퍼컴, 센터 등의 컴퓨팅 파워를 마음껏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개념의 그리드 기술이 완성될 경우 네트워킹 서비스는 물론 연구소와 연구소, 개인 대 개인의 협업체제, 공동연구시스템 등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각 연구기관과 업체들이 주관한 튜터리얼에서는 그리드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미들웨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러한 논의에 힘입어 업체와 연구진들은 보안, 스케줄링, 네트워크 QOS, 이기종 정합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터넷 ITEF 모임처럼 「그리드 포럼」을 만들어 2개월에 한번씩 전문가들이 모여 토론하기로 결정했다.

네트워킹

 인터넷의 대부이자 TCP IP 프로토콜을 만든 MCI 수석부사장 빈튼 G 서프(Vinton G Cerf)가 「인터넷의 최신 동향」이라는 콘퍼런스 주제 발표를 통해 슈퍼컴퓨터의 네트워킹 기술을 강조, 슈퍼컴 네트워킹 기술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서프는 『수년내에 수십 기가bps의 백본망은 물론 미래 혹성간을 연결하는 인터플래닛이 개발될 것』이라며 「슈퍼컴퓨터 망 구성」을 본격 주장했다.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네트워킹은 이번 콘퍼런스 전산망인 「SCinet」을 통해서도 입증됐다. 「SCinet」은 2.5Gbps와 10Gbps의 속도로 미국의 슈퍼넷인 「앤톤」을 통해 전세계를 빠른 속도로 연결하는 위력을 보여줬다. 이에 따라 MIRINET, HIPPI, 기가비트이더넷 등 인터넷 연결 기술도 새롭게 검토됐다.

 연구진들은 「SCinet」에서 선보인 네트워킹 기술을 토대로 내년중으로 2.5Gbps, 2002년경에는 10Gbps급의 네트워크 백본망이 출현될 것으로 전망했다.

美정부의 움직임

 이번 콘퍼런스에서 미국 정부와 업체들이 슈퍼컴에 쏟는 열정은 전시장과 세미나장을 후끈 달궜다. 미국은 자국의 슈퍼컴 기술을 알리려 국방부, 에너지부 산하의 연구기관까지 참가시켜 전세계 정보기술분야의 종주국임을 입증했다.

 미국과학재단 산하 70여개 대학이 연계된 일리노이슈퍼컴센터, 40여개 대학, 연구소를 연계한 샌디에이고슈퍼컴센터(SDSC)가 이번 콘퍼런스에 참가해 기술과 제품을 내놓았다.

 또 미 에너지부 산하의 샌디아국립연구소(SNL),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LLNL),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LANA) 등 1테라플롭스급 슈퍼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는 연구기관의 연구활동이 자세히 소개됐다.

 국방부에서는 마오이하이퍼포먼스컴퓨팅센터(MHPCC), 알바코크하이퍼포먼스컴퓨팅센터(AHPCC) 등 국방부 산하의 연구소들이 슈퍼컴퓨팅 기술을 갖고 나와 국방기술의 대중화라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 특히 나사(NASA)에서는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천체분석 등 슈퍼컴을 활용한 우주개발 계획을 선보여 아시아권 연구진들의 관심을 모았다.

 유럽에서는 영국 에딘버러슈퍼컴센터(EPCC), 독일 슈투트가르트슈퍼컴센터(HARS), 스페인 바르셀로나슈퍼컴센터(CEPBA) 등이 콘퍼런스에 나왔다.

 이들 센터는 자신들이 연구한 이기종 정합의 컴퓨팅 상호연동을 위한 기술개발 현황 등을 소개했다. 특히 슈투트가르트슈퍼컴센터는 피츠버그슈퍼컴센터, 샌디에이고국립연구소, 일본 쓰꾸바의 ETL슈퍼컴퓨터를 연동하는 이기종 정합기술을 시연해 화제를 모았다.

 일본에서는 이화학연구소, 일본해양과학기술센터(JAMSTEC), 80년대부터 일본정부가 차세대 컴퓨터를 만들겠다고 모인 그룹인 「리얼월드컴퓨팅파트너십(RWCP)」이 제품과 기술을 갖고 나왔다. 이외에 대만도 국립슈퍼컴센터(NCHC)를 통해 그간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개발한 산업분야의 응용 신기술을 선보였다.

대전=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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