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기획-뉴스&밀레니엄> 독점행위 범위는 어디까지…

 복잡다단한 정보기술(IT)분야에서 독점행위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제한할 것인가를 판단해볼 수 있는 좋은 사례가 있다. 90년대 들어 잇따라 발생한 왕컴퓨터 대 미쓰비시 소송건과 델컴퓨터의 「VESA」특허침해 제소사건 등이 바로 그것이다.

 왕컴퓨터는 지난 92년 미쓰비시를 상대로 『자사가 9년전 개발한 반도체칩 「SIMM모듈」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소송을 냈다. 미쓰비시는 왕컴퓨터가 그동안 특허기술의 사용을 허용해온 것을 들어 왕컴퓨터를 역제소했다.

 재판과정에서 왕컴퓨터는 자사기술을 확산시키기 위해 자사는 「SIMM 모듈」을 생산하지 않을 것이며 다른 업체들이 생산하면 전적으로 구매하겠다고 명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미쓰비시는 이를 믿고 생산했으며 「SIMM모듈」은 나중에 산업표준이 됐다.

 재판부는 왕컴퓨터가 특허권을 사실상 포기했었다는 결론과 함께 미쓰비시의 손을 들어줬다.

 90년대 초반 컴퓨터 하드웨어 명령어체계에 대한 새 기술표준인 「VESA 로컬버스」가 제정되자 델컴퓨터는 이 표준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할 수 있다고 경쟁사들에게 경고했다.

 경쟁사들은 비상이 걸렸으며 미 연방무역위원회(FTC)는 실사에 들어갔다.

 FTC는 조사결과 표준 제정에 참여했던 델컴퓨터가 특허권의 존재를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FTC는 델컴퓨터가 특허 위협을 통해 컴퓨터산업의 경쟁을 제한했다는 내용의 화해조서를 발표했다. 델컴퓨터는 경쟁사와 화해할 수밖에 없었다.

 두 사건은 모두 독점을 전제로 한 특허권자의 권리행사가 제한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최근의 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한 독점 판정도 두 판례의 연장선에 있다. 나아가 미 법무부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반독점법의 적용범위를 업체간 불공정행위 문제뿐만 아니라 소비자문제로까지 넓히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미국의 독점규제법과 달리 우리나라의 독점규제법은 독점 문제를 소비자문제보다는 기업간의 문제로 한정해서 풀려고 한다. 독점행위의 범위에 대해 우리 법과 제도는 미국의 그것에 비해 극히 협소한 셈이다.

신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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