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자율화" 목소리 높다

 새 천년을 앞두고 과학기술계에 연구자율성 확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출연연들은 구조조정 이후 당초 기대와는 달리 정부가 출연연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자율성을 부여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시점에서 과학기술계가 이번만큼은 자율성을 확보하자는 의지를 다지고 있어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기회있을 때마다 과학기술계에서 불거져 나왔으나 최근 신당창당추진위 주최의 「과학기술정책토론회」를 비롯, 지난 20일 열린 전문인참여포럼 주최의 「과학기술정책과 정부출연연구소 이래도 좋은가」 토론회 등 이달 들어 계속되고 있는 정책토론회에서 집중적으로 문제가 제기되면서 힘을 얻고 있다. 특히 23일 있을 「출연연 위상 및 발전방향에 관한 토론회」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출연연을 비롯한 과학기술계가 제기하고 있는 자율성 확보는 크게 3가지.

 연구비 수입으로 운영되고 있는 출연연구기관의 지난해 정부에 대한 연구비 의존비율은 평균 93.4%수준으로 1조4200억원에 이르고 있어 정부지원 연구개발비의 자율적인 집행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출연연의 자율운영은 말그대로 그림의 떡이다.

 출연연 등 과학기술계는 현재와 같은 연구관리사업체계로는 정부가 이같은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쥐고 흔드는 집행·감독관으로 사사건건 간섭할 수밖에 없는 만큼 국가연구관리사업의 표준모델을 만들어 정부관료들의 간섭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국가연구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출연연들에 대한 자율적인 기관운영은 물론 연구비지원시스템에 대한 개선작업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출연연의 기관운영이나 연구활동에 있어 자율성 확보는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하나 출연연 기관운영의 자율성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출연연 육성을 위해 제정했다는 「출연연 설립·육성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다.

 출연연 관계자들는 이 법이 하나같이 필요악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연구회이사회를 통해 정부간섭을 최대한 배제하겠다는 이 법으로 연구회이사회를 통한 간접적 정부간섭이 오히려 심해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양지원 전문인참여포럼 공동대표(KAIST 교수)는 20일 포럼 토론회에서 『연구회이사회의 이사진에 출연연의 연구비를 거머쥐고 있는 정부측 이사진이 많아져 오히려 과기부 시절보다 출연연의 자율적인 기관운영에 제동을 걸고 있다』고 밝혔다.

 출연연 관계자들은 따라서 연구회 등에 정부측 인사의 참여를 배제시키는 등 「옥상옥」같은 법안의 대폭적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다음은 안정적인 연구비 확보를 통해 자율적인 연구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출연연 기관고유사업비 등 예산문제다.

 출연연은 특히 총리실 연구회로의 출연연 강제통합은 타 부처의 출연연에 대한 직접적인 출연을 법적으로 금지시키고 있어 총리실에 대한 예산의존도를 더 높게 만들어 결국 출연연의 독립성 강화라는 명분을 상실하고 있으며 연구회에 기관장에 대한 선임권한을 줌으로써 출연연 기관장의 경우 정년단축, 연봉제, 성과급제 도입 등 정부지침을 무리하게 수용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총리실이 연구과제중심(PBS)제도를 원론적으로 적용해 기관고유사업의 지원과 연계하는 등 출연연에 대한 인건비 지원을 점차 축소하고 있어 출연연의 목을 오히려 죄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출연연 등 과학기술계는 출연연 전체예산의 평균 33.0%선에 머물고 있는 기관고유사업비에 대한 지원규모를 60∼70%수준으로 올리는 등 연구개발펀딩시스템을 정부가 차제에 재검토해 출연연들이 예산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출연연 및 과학기술계의 목소리에 대해 정부의 대응은 극히 미온적이어서 과학기술계의 목소리가 어느 정도 반영될지 미지수다.

 정부 연구사업비의 80% 이상을 집행하고 있는 과기부는 이와 관련, 공공기술연구회 주관의 「PBS제도 시행에 따른 문제점 분석과 종합적인 개선방안」 정책연구사업 결과를 토대로 출연연의 자율적인 연구환경 조성방안을 마련하는 게 고작이다.

 과기부는 출연연 연구원의 과다한 연구과제 수행의 폐단을 막기 위해 연구자별로 인건비 100%를 1개 과제에 계상해 지원하고 연구과제에 대한 다년도 협약제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나 출연연측의 자율성 요구와는 거리가 멀어 출연연의 목소리는 갈수록 거세질 전망이다.

 전의진 과기부 과학기술정책실장은 『과기부가 2000년도 출연연에 지원할 연구사업비는 모두 6366억원으로 올해보다 18.2% 늘어나 출연연의 연구비 확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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