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의약품 EC시스템 구축 사업자 선정 "일파만파"

 그동안 특혜 논란을 빚어온 보건복지부의 의약품 전자상거래(EC)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서 업계의 예상대로 최종사업자가 선정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의약품EC 사업자 선정을 맡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최근 「일부 특정업체를 위한 특혜성 사업」이라는 주변의 여론을 무시한 채 한국통신과 삼성SDS 컴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사업참가를 준비해온 대다수 의료정보시스템 업체들은 이번 의약품EC 사업을 「짜여진 각본대로 진행되고 있는 특혜성 사업」으로 규정하고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든 행정적, 법률적 대응에 나서겠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업자 선정과정=복지부가 추진하는 의약품EC 시스템 구축사업은 의약품 주문에서 대금결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업무를 전자거래 형태로 전환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보건부는 약품유통 종합정보시스템을 내년말까지 구축하기로 하고 최근 공개입찰을 통한 주관사업자 선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보건부는 의약품 유통 종합정보시스템 구축비용 330억원 대부분을 주관사업자가 투자하도록 하는 대신 향후 시스템 사용자들이 지불할 일정 사용료를 10년 동안 징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투자비를 보전하게 해준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지난 6일 마감된 의약품EC 사업 참가신청에는 삼성SDS와 한국통신, 대우정보시스템과 한솔텔레컴, 그리고 비트컴퓨터와 SK상사 등 3개 컨소시엄이 제안서를 제출했으며 심사과정을 거쳐 지난 15일 삼성SDS와 한국통신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됐다.

 ▲쟁점 사항 =의약품 EC 사업추진의 주된 쟁점은 무려 4조5000억원에 달하는 의약품 유통시장을 특정기업이 독점할 수 있도록 한다는 무리한 사업기획 내용과 조급한 추진 일정이다.

 전국 5만5000여개에 달하는 약품 관련 유통망을 단일 사업자가 독점하고 이 업체가 운영하는 전자상거래시스템만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사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며 자유로운 시장경쟁 자체를 가로막는 불법적인 조치라는 게 의료정보 업계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사업계획이 발표된 직후부터 업계 일각에서는 복지부와 진흥원이 의약품 전자상거래 시스템 구축사업의 입안 단계에서부터 한국통신이라는 특정 업체를 배려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진흥원은 정책 발표 2주 만에 사업 제안서 제출을 마감함으로써 그동안 이 사업에 관심을 갖고 사업 설명회에까지 참석한 80여개 업체들 가운데 불과 6개 업체만 수주 경쟁에 참가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실제로 의약품전자상거래 주관사업자의 다크호스로 지명됐던 데이콤이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접수 마감일 전에 사업참여를 포기했으며 대형 시스템통합(SI)업체들 중 상당수도 당초 예상을 깨고 제안서 제출을 포기했다.

 따라서 비록 한국통신이 주관사업자가 아닌 부사업자로 한발 뒤로 물러선 상황에서 삼성SDS와 컨소시엄을 구성했지만 모든 정황을 고려할 때 이번 의약품EC 사업의 정책 입안과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한국통신에 대한 배려가 상당 부분 작용했다는 게 중소 의료정보업계의 주장이다.

 ▲향후전망 =복지부의 이번 EC사업 추진은 최근 김대중 대통령이 의약품 비리 척결을 지시했고 복지부는 의약품거래를 투명하게 하기 위한 최선책으로 전자상거래 도입을 대통령에 보고한 데 따른 조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복지부는 어떤 형태로든 의약품EC 사업을 강행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며 최근 이에 대한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상당히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특히 10년 동안 독점사업권을 부여하기로 한 데 대해서는 정책 초안을 마련했던 보건산업진흥원과 상급기관인 복지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여론의 화살을 피하는 데 급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한국통신과 삼성SDS 컨소시엄의 실제 사업계약 체결 과정에서 10년 동안 독점사업권에 대한 정책적 손질과 함께 이번 경쟁에서 탈락한 업체들도 일정 한도내에서 의약품 EC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제시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하지만 정부가 10년 동안 독점사업권을 줄 것으로 믿고 자금을 투자한 한국통신, 삼성SDS측의 입장과 근본적인 사업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는 중소 의료정보업체들의 강경한 태도를 고려해볼 때 양쪽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중간 타협점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의약품전자상거래 독점을 반대하는 성명까지 발표하고 구체적인 실력 행사에 나선 메디다스, 비트컴퓨터 등 의료정보벤처협의회 소속 업체들은 「행정규제개혁위원회」에 청원서를 제출하기로 하는 등 강경 자세를 고수하고 있어 의약품EC 사업을 둘러싼 특혜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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