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응 한국은행 CIO.전산정보국장
20세기 종반에 들어서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단어 중의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정보화」라는 말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정보를 공기처럼 마시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 순간이라도 정보 또는 정보기술과 단절된 상태에서의 생활은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사이버 금융, 인공위성을 통한 영상회의, 전자투표, 원격진료 및 원격교육 등이 그러한 모습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하겠다. 이제 정보화는 우리에게 중요한 자원의 보고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자체가 사회·문화·경제의 기본인프라로 기능하게 되었고, 나아가 인간의 아날로그적 사고방식을 디지털화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
낡은 패러다임을 청산하고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시대의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는 정보화는 분명 인간에게 편익을 제공하기 위하여 고안된 고도의 기술문명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정보화는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을 양산하여 세대간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정보의 독점현상을 유발하여 빈부의 격차를 벌리는가 하면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하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간의 알력을 발생시켜 사회·경제적으로 각종 불균형의 문제를 초래하기도 하였다.
정보화의 마당은 원천적으로 열려 있는 공간이며 정보는 공공재의 성격이 강한 재화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는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적당한 시기에 적절한 형태로 공급돼야 하며 부당한 자에게 전달되든가 변질·왜곡되어 유통되는 등 비대칭성이 발생해서는 안된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해킹, 개인정보의 누출, 음란물 유통, 도청 등은 정보를 일방적으로 사용하려는 데서 발생하는 정보화 역기능의 대표적 사례들이다. 정보화 순기능을 저해하는 정보화 역기능은 반드시 제거되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기능을 가진 것이라도 이용하는 사람에게 막대한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줄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다면 누가 사용하겠는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21세기에는 분명 모든 분야에서 정보화 역기능과의 치열한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역기능이 어떠한 형태로 나타날지 예측하기조차 힘들다. 그렇다면 정보화의 순기능을 보호하고 역기능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 것인가.
우선 정보화 역기능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일이다. 조직의 특성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정보화 역기능 방지를 위한 예산이 최소한 정보화 전체 예산의 10% 이상 되어야 한다. 아울러 정보화 역기능 방지를 위한 최고경영층의 관심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해두고 싶다.
둘째는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물론 사용자들의 불편이 따르겠지만 치명적인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이를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병행하여 조직구성원에 대한 정보윤리 측면에서의 지속적인 소양교육이 절실하다.
셋째는 정보인프라 구축시 건물의 내진설계 개념을 도입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정보화의 역기능을 최대한 고려하여 정보시스템을 설계하자는 것이다.
넷째는 건전한 정보문화 형성을 위해서는 건전한 상식을 가진 대다수의 사람들이 감시자가 되고 비판자가 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역기능을 초래하는 행위를 저지른 사람을 강제할 수 있는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끝으로 정보화의 역기능은 정보를 다루는 선량한 사람들의 실수에 의하여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는 조직구성원의 정보화 마인드를 제고하고 정보기술 구사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정보화 순기능을 잘 조직화하고 구성원의 정보화 마인드를 높이는 것이 바로 정보화 역기능을 방지하는 첩경이 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단위조직이든 국가든 정보화의 역기능 예방에 소홀히 대처한다면 그로 인하여 또다시 정보화에 뒤처지는 결과에 직면하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새로운 세기를 눈앞에 둔 이 시점에서 정보화 문명이 가져다 준 부산물인 정보화 역기능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이 정보화 순기능의 활성화와 잘 조화를 이룰 때 정보화 수준은 한 단계 도약하게 될 것이며, 이와 더불어 우리는 보다 살기 좋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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