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방송위 "다채널 시대 방송정책" 세미나 요지

방송과 통신의 융합화 추세로 방송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의 케이블TV 등 다채널 매체 시장 진출 △양방향 방송서비스의 활성화 △인터넷 방송의 등장 △통신사업자들의 잇따른 방송사업 진출 등 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업자간 합종연횡 현상이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잠시 한눈을 팔면 방송 환경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종잡기 힘들다. 지난 19일 종합유선방송위원회(위원장 대행 김택환) 주최로 목독 방송회관에서 열린 "다매체.다채널 시대의 방송정책"이란 주제의 세미나에서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 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이날 김대호 교수(인하대)가 발표한 주제 발표를 중심으로 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치고 잇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 현상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인터넷 방송 현황

 현재 인터넷 서비스 분야에 가장 의욕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는 미국의 NBC다. NBC는 디지털 방송을 실시하기 이전에 이미 기존 아날로그 TV를 통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지난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경기를 중계하면서 처음으로 「인터캐스트」서비스를 제공했다.

 이후 인터넷이 보편화되자 NBC는 TV프로그램·음악·여행 등에 관한 인터넷 서비스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원대한 계획을 수립했다.이에 따라 최근 인터넷 사업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등 인터넷 사업에 큰 의욕을 보이고 있다. 특히 TV프로그램의 양방향성 확대를 위해 「웹TV」 「윙크」 「스냅」 등 인터넷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CNN도 인터넷 사업 진출에 매우 의욕적이다. CNN의 인터넷 사이트인 CNN.com은 네티즌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CNN.com은 CNN의 5개 방송채널보다 성과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선거철이나 최근의 코소보 사태, 동티모르 사태 등 국제적인 뉴스가 터질 때마다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프랑스의 지상파 유료방송과 위성방송의 선구자인 카날 플러스(Canal+)도 인터넷 방송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카날 플러스는 올 9월 인터넷 자회사인 「카날 뉴 미디어」를 설립했다. 카날 플러스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11개국에 30개의 웹사이트를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특히 「카날 뉴 미디어」는 2000년부터 디지털 디코더와 텔레비전을 통하여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복합미디어그룹 등장

 방송사업자와 통신사업자간 인수 및 합병, 전략적 제휴 등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복합 미디어 그룹이 등장하고 있다. △ABC와 월트 디즈니의 합병 △타임워너와 TBS의 합병 △CBS와 비아컴의 합병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같은 사례는 오히려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지상파 방송, 위성방송, 케이블TV의 전부분에 걸쳐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방송사업자와 통신사업자간 융합이 가장 활발한 곳은 바로 미국이다. 방송과 통신사업자의 상호 진입을 허용한 1996년 통신법의 개정 이후 서비스별로 사업자가 정해져 있던 과거와는 달리 한 기업이 지역전화, 장거리전화, 케이블TV, 인터넷 등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올해 2월 미국 FCC는 미국 제1의 장거리 전화 회사인 AT&T와 케이블TV 업계 순위 2위인 TCI의 합병을 허가했다. AT&T와 TCI의 합병으로 가입자들은 전화 서비스, 인터넷 접속, 케이블TV 서비스를 원스톱 개념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AT&T는 TCI 인수에 이어 케이블TV업체인 「미디어 원」까지 합병, 불과 1년만에 미국에서 최대의 케이블TV 방송사로서 입지를 굳혔다. AT&T는 새로운 회사의 이름을 「AT&T 브로드밴드 & 인터넷 서비스」라고 개칭, 향후 케이블TV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서도 큰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AT&T 브로드밴드」는 올해 6월 지상파 방송사인 NBC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또한 PC통신사업자인 AOL은 위성방송인 Direc TV와 제휴, 멀티미디어 동영상 서비스를 위한 고속인터넷 환경을 구축했다.

 일본도 방송과 통신사업자간 융합이 본격화되고 있다. 일본의 NTT는 2000년부터 시작되는 일본 방송위성 디지털 데이터방송에 참여하기로 했다. NTT는 계열사인 NTT데이터와 NTT도코모가 출자하는 위성방송 추진 사업체인 「일본 미디어아크(가칭)」를 통해 데이터방송에 진출하기로 결정했다. 현행 NTT법이 NTT의 방송사업 진출이 금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 계열사를 통해 방송사업에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유럽도 방송과 통신사업자간 결합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스페인 통신사업자인 「텔레포니카」는 디지털위성방송사업자인 「비아 디지털」에 36.9%의 지분을 참여했으며 이탈리아의 「텔레콤 이탈리아」는 뉴스 코퍼레이션과 공동으로 제 2위성방송사업자인 「Stream」에 지분을 참여했다.

국제정책 변화

 미국은 지난 96년 이후 융합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 왔다. 지역 전화회사가 자기 서비스 구역 내에서 케이블TV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으며, 케이블TV 방송 사업자와 지역 전화회사가 자신의 영업 지역 내에서 서로의 소유권을 10% 이상 획득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영국은 지난 91년 정부 백서인 「경쟁과 선택:90년대 통신정책」을 발표한 이후 통신 사업자인 BT와 머큐리의 복점체제 정책을 포기했다. 대신 케이블TV 사업자의 전화사업 진출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98년 현재 케이블TV 가입가구의 약 70% 이상이 케이블TV 방송사가 제공하는 전화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우정성은 방송사업과 통신사업의 상호 참여를 허용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통신사업자의 케이블TV 진출 허용을 골자로 한 「유선텔레비전방송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동안 방송국 허가를 받기 위해선 프로그램 제작과 프로그램 송신 설비를 갖춰야했으나 앞으로는 프로그램 송신설비만 갖추어도 방송국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통신사업자가 허가를 받아 케이블TV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일본은 궁극적으로 방송법과 통신법의 일원화를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앞으로는 매체별 규제가 아니라 전체 시청점유율을 근거로 규제방식을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세계 각국은 여론을 독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과거 엄격하게 규제했던 방송 매체의 복수 소유 제한이나 교차소유 제한을 크게 완화하는 방향으로 규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청 점유율 규제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이같은 규제방식을 채택하기 위해서는 시청점유율을 계산하는 방식의 공정성 및 객관성이 담보되어야만 한다.

 미국은 96년 통신법 개정을 통해 TV와 라디오 허가 소유 규제를 크게 완화했다. TV의 경우 한 사업자가 전국 시청 가구의 35% 이상을 초과하지 않으면 자유롭게 소유할 수 있도록 했으며, 라디오는 전국 시장 복수소유 규제조항을 폐지했다. 특히 한 지역에서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TV소유 금지 조항을 폐지함에 따라 한 지역내에서도 지상파방송·케이블TV·위성방송 등을 모두 소유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한 지역에서 지상파 TV를 복수 소유하는 것은 금지했다. 그러나 올 8월 AT&T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대규모 인수·합병으로 지상파 방송사의 입지가 약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 지역내에서도 지상파 방송사를 복수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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