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295)

 내가 그의 요청을 수락하는 것을 전제로 해서 그는 나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앞으로 내가 어떤 형식으로 모스크바에 침투해서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였다. 물론, 당시 한국인의 신분으로 모스크바에 들어가서 상주할 수 있는 입장이 못되었다. 그래서 나는 침투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헤밍웨이는 합법적인 절차로 나를 모스크바로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 합법이란 것이 사실은 위장 전술에 해당했다. 나는 먼저 미국 시민권을 갖는다. 미국 시민은 소련주재 대사관에 근무할 수 있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나는 소련 주재 미국대사관의 기술요원으로 파견되어 근무하면서 모스크바 대학의 대학원에 입학해 우주과학을 공부한다. 물론, 학위 과정이 아니지만 1년간 공부하면서 실제 지식을 습득할 생각이다. 그러나 나의 임무는 대사관 내에 있는 연구실에서 최첨단 통신프로젝트를 연구하는 것이었다. 그 일을 구태여 모스크바에서 해야 하는 이유는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통신프로젝트라고 했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KGB를 대상으로 한 감청프로젝트 개발이었다.

 『내 조건을 말해도 좋겠습니까?』

 나의 말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차의 속력을 내리지 않고 계속 빠르게 달렸다. 그는 스피드를 즐기는 듯했다.

 『1년간 소련에 가서 일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나는 회사를 계속 유지시키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약속한 연봉의 50%를 미리 지급해 주십시오. 계약금 명목으로. 그리고 모스크바에서 한국으로 직접 연락은 불가능하지만, 서울에 있는 제 회사로 가끔 연락을 할 수 있는 통신라인을 만들어 주십시오. 그 라인이라고 한다면 일단 미국으로 갔다가 다시 서울로 가는 것을 말합니다.』

 『KGB의 추적을 받을텐데요.』

 『추적이 불가능한 통신프로젝트를 개발해서 직접 사용하겠습니다.』

 『오, 예스.』

 헤밍웨이는 매우 즐거운 표정을 지으면서 한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그는 상당히 만족스런 표정을 지으면서 어깨까지 추썩거렸지만, 과장된 제스처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보안을 위해 나는 가족이나 회사 직원, 주위 사람들에게 미국 유학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물론, 기술 용역으로 일하면서 말입니다.』

 『굿, 굿 보이.』

 그는 또 다시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내가 귀엽다는 태도였는데, 왠지 비위가 상했지만 나는 애써 감정을 속이면서 같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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