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294)

 나는 특별한 종교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불교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것은 어머니가 불교 신자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불교선(佛敎禪)은 나에게 많은 교훈을 안겨 주기 때문이었다. 성불성마일념간(成佛成魔一念間)이라는 말이 있다. 중국의 중세기에 어느 고을에 울보라는 별명을 가진 노파가 있었는데, 그녀는 비가 오나 해가 뜨나 울었다.

 한번은 승려 한 명이 지나가면서 왜 그렇게 우느냐고 물었다. 노파는 대답하기를, 내 딸 중 큰딸은 신발장수한테 시집가고, 작은딸은 우산장수한테 시집을 갔는데, 날이 좋으면 작은딸네 우산이 안 팔릴 게 걱정되고, 비가 오면 큰딸네 가게에 손님이 없을까 걱정이 돼서 운다고 했다. 그러자 승려는 한가지 제안을 했다. 할머니, 맑은 날엔 큰딸네 장사가 잘 될 걸 생각하고, 비가 올 땐 작은딸네 우산이 잘 팔릴 걸 생각하세요. 그러자 노파는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 후부터 노파는 다시 울지 않고 비가 오는 날이든 맑은 날이든 웃었다. 그것은 곧 즉심즉불(卽心卽佛)인데, 한 가지 일을 놓고 즐거우냐 슬프냐 하는 것은 어느 각도로 그 일을 보느냐에 달려 있었다. 그래서 나는 모든 일을 낙천적으로 생각했다. 실패가 성공을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면 실패조차도 즐거운 일이다. 만약 고려방적에서 실패하지 않고 잘 되었다면 나는 헤밍웨이의 기술 용역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을지 모른다. 일년간 모스크바에 가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자금이 바닥이 나서 돈이 필요했기 때문에 헤밍웨이를 따라 나섰고, 그것은 훗날 러시아 기업 진출에 기초가 되어 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나는 소련에 들어갈 수 없지 않습니까?』

 나의 질문에 헤밍웨이 부국장이 피식 웃었다. 곧 어리석은 질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차의 속력을 올리면서 말했다.

 『지금 나는 속도 위반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도로교통법에 속도를 위반하면 위법이고 벌금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그가 말하려는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서 나는 잠자코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속도를 위반한다고 해서 모두 벌금을 내는 것은 아닙니다. 잡히지만 않으면 말입니다.』

 『그건 그렇지요.』

 내가 웃으면서 맞장구를 쳤다. 그가 말하려는 요지를 파악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거기에다 맞장구를 쳐서 보탰다.

 『더구나 대사관의 차는 잡지 않지요. 잡아도 면책 특권이 있습니다.』

 『잘 이해하였군요. 바로 그 점을 이용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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