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기획-뉴스&밀레니엄> Focus.. 분사 문제점과 대안

 11월 현재 대기업에서 분사한 기업은 500여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몇몇 기업은 연착륙에 성공해 사업수완을 올리고 있지만 많은 업체들이 분사 초기에 오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분사기업을 대상으로 경영애로 사항을 조사한 결과 절반 가까이가 시장개척의 어려움(47.2%)을 토로했다. 모기업밖에 별달리 신규 개척할 만한 시장이 없다는 호소였다. 분사기업들은 또 운영자금의 부족(23%)과 신제품 개발 곤란(8.1%), 인지도 하락에 따른 매출감소(7.5)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 조사에서 분사기업들은 또 모기업으로부터 마케팅(34%), 금융(26.1%), 설비(11.8%) 지원을 원했으며 정부에 대해서는 세제(35.3%), 정책자금(30%), 시장개척(15.3%) 등의 지원을 희망했다. 그러나 분사기업들이 이러한 문제점과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나름대로 독자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물론 이에 못지 않게 모기업의 역할과 법·제도적 지원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분사기업=분사기업은 모회사 구조조정의 결과물로 태어난 경우가 많아 일반 창업기업에 비해 창의적이지도 공격적이지도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직원들은 자신의 신분이 중소기업 직원으로 바뀌었다는 피해의식에 젖어 있다. 지난해 대기업에서 분사한 업체의 한 직원은 대기업시절과 달리 『은행 대출이 어렵고 신용카드 갱신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분사후의 처지 변화를 토로했다.

 분사기업이 자칫 수동적이고 침체되기 쉬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무엇보다 성장비전의 제시가 필요하다. 회사의 비전을 개인의 비전으로 동일하게 만드는 전략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경영전략 전문가들은 회사와 개인이 함께 성장한다는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자발적 참여를 유인하는 성과급제 및 종업원지주제 등을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모기업=분사기업이 실패할 경우 모기업에도 연쇄파장을 일으켜 기업이미지 저하 및 책임논쟁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분사기업이 사업성과를 일궈내면 모기업은 아웃소싱 대상을 확대해 경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분사할 때는 분사기업의 적응력을 배양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내분사를 먼저 유도한 후 분사하는 방법도 검토해 볼 만하다. 사내분사는 법적으로 모회사와 동일하지만 운영방법에서 권한과 책임을 대폭 넘겨 분사후의 혼란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추진력과 통솔력을 갖춘 인물을 분사 사장에 앉히는 것도 중요하다. 「분사경영전략」의 저자인 박천웅 스탭스 사장은 분사기업의 성공 여부는 『경영자의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분사장 선임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법과 제도=지난해 H그룹에서 분사한 모 업체는 40%의 모기업 지분을 자본금 삼아 분사를 추진했다. 그런데 공정거래법상 모기업이 30% 이상의 지분을 출자할 경우 각종 불이익을 받게 돼 29.9%의 지분만을 출자받았다. 이 업체는 사업초기 자금난을 겪었다.

 불가피하게 모기업으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아야 하는 분사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경영상황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법은 상황이 어려운 분사기업에 불리하게 적용되는 모순이 있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한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구조조정 과정에서 임직원 출자형태로 분사한 경우 부당지원행위 심사대상에서 제외하고 출자에 대해서도 예외규정을 두는 제도개선을 추진중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정부의 법률적·제도적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의 경우 분사 전반에 대해 규정한 연방소득세법으로 분사절차의 법적인 문제를 지원하고 있고, 영국은 기업이 분사할 경우 세금감면은 물론 자금융자까지 제공한다.

 아태합동법률사무소의 오상기 변호사는 『국내 상법과 세법상에는 분사와 관련한 명문화된 규정이 전혀 없다』면서 『지난해부터 국내에서도 본격화한 분사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서는 이를 지원하는 법률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혁준기자 jun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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