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밀레니엄 CEO (22)

인텐드 체인지 조지프 피메이지

 조지프 퍼메이지는 실리콘밸리의 기인이다.

 US웹 창립자 겸 초대회장인 퍼메이지는 지난해 11월 인터넷에 「진실(The Truth)」이라는 글을 올려 IT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지금도 「www.TheWordIsTruth.org」에 남아있는 그의 방대한 논문(?)은 외계인의 존재에 대한 몽환적인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US웹이 상장된 다음날 잠에서 깬 퍼메이지는 하얀 가운을 입은 어떤 물체들이 침대 맡을 배회하며 소리내 떠들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그들은 푸른색 구의 형태로 강렬한 에너지를 내뿜고 있었으며 그것이 한순간 퍼메이지의 몸 속으로 들어왔다. 그때는 마치 성적인 오르가즘과 비슷한 기분이었다고 퍼메이지는 쓰고 있다. 그는 이 독특한 경험 이후 10달 동안 외계인과 인간의 역사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책과 씨름했고 그 결과를 고스란히 웹에 올렸다.

 그런 그를 보고 US웹을 상장시킨 벤처캐피털리스트는 『조가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새너제이머큐리뉴스는 그를 「UFO조」라고 불렀고, 뉴욕포스트는 웹의 미치광이라는 뜻에서 「웹 웨코(Web Wacho)」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하지만 그는 분명 정상이다. 좀 당황스러운 행동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벤처기업가로서 그는 20대에 성공을 거머쥔 행운아다. 퍼메이지는 70년 10월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유타대 법학과 교수였고 7남매 중 다섯째였다. 유타대 물리학과 시절 그가 첫번째로 창업한 회사는 시리우스코퍼레이션(Serius Corporation). PC개발자를 위한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툴을 개발하는 업체로 93년 노벨에 2400만달러에 인수되면서 스물세살의 퍼메이지를 부자로 만들었다.

 US웹이야말로 퍼메이지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작품이다. 그는 웹에 프랜차이즈의 콘셉트를 도입했다. 크고 작은 ISP업체들이 햄버거 체인처럼 프랜차이즈가 되어 웹을 평정한다는 계획이었다. ISP들뿐 아니라 IT업계의 컨설팅 서비스업체, 소프트웨어 공급업체, 인터넷 벤처 등 30여개사가 US웹에 합류했다.

 실리콘밸리 샌타클래라에 본부를 둔 US웹은 순식간에 미국 최대의 웹호스팅업체가 됐다. 어디를 가나 US웹으로 접속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넷 맥도널드(Net McDonald’s)」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미국 언론들은 US웹을 요란하게 치장한 악대차, 「밴드왜건(Bandwagon)」처럼 시류를 타고 인터넷 대로를 달리는 업체로 묘사했다. US웹은 CKS와 합병되면서 더욱 막강한 세력을 형성했다. US웹/CKS는 올들어 성공적으로 ASP시장에 진입하면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떠들썩한 해프닝을 벌이기 전에 US웹을 떠난 퍼메이지는 벤처투자회사 인텐드체인지(Intend Change)를 설립했다. 이 회사의 홈페이지에 가면 「기업전략과 자금확보·인력관리·파트너십 등 정보시대의 성공조건을 빌딩블록처럼 조각조각 쌓아 벤처업체라는 콘크리트 건물을 세우는 업체」라고 소개해 놓고 있다.

 이곳에서 퍼메이지는 경영컨설팅부터 CEO를 스카우트하는 일, 장비를 선정하는 작업까지 벤처업체를 인터넷경제라는 새로운 시장에 알맞은 건물로 꾸며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벤처의 촉매역할을 한다는 의미에서 벤처캐피털리스트가 아니라 벤처캐털리스트(Catalyst)라고 주장한다.

 어린 시절부터 별에 대해 호기심이 많았고 스타트렉과 SF소설에 심취했던 퍼메이지가 또 어떤 돌출행동으로 매스컴에 등장할지, 그리고 US웹과 같은 성공작을 다시 만들어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그가 외계인을 만났다고 주장하는 괴짜 사업가이자 타고난 「뉴스메이커」라는 점이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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