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밀레니엄 CEO (21)

야후 마크 쿠번

 인터넷방송국 브로드캐스트컴의 창업자 마크 쿠번(41)은 10대 초반부터 세상에 나가 돈을 벌어보고 싶어 안달했던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스타일의 기업가다. 그는 졸업장을 기다리다 지쳐 대학을 뛰쳐나왔고 사업가로서 경험을 쌓은 끝에 마침내 브로드캐스트컴이라는 성공작을 연출했다.

 쿠번은 피츠버그 교외 마운트 레바논에서 초등학교에 다니던 열두 살에 첫번째 사업에 도전한다. 그는 가가호호를 방문하면서 쓰레기 봉투를 팔았다. 훗날 그는 한 인터뷰에서 『책도 아니고 비디오도 아니고 쓰레기 봉투를 방문판매한 것은 피츠버그 역사상 내가 처음일 것』이라며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푼돈을 손에 쥐게 된 어린시절부터 그는 뭐든지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그만큼 기회가 많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인디애나대학 1학년 때 그는 무모하게도 석사과정에 등록해 A학점을 받아낸다. 시험을 보기 전까지 교수들은 그가 학부 신입생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학장은 쿠번을 더이상 수업에 받아줄 수 없다고 통보했고 그는 『내게도 MBA 따위는 필요 없다』고 가볍게 응수했다. 대기업에 입사하려면 졸업장이 필요하겠지만 창업을 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쿠번은 83년 시스템 인티그레이션 업체 마이크로솔루션을 설립하고, 7년 후 이 회사를 컴퓨서브에 300만달러를 받고 판다. 이때 만든 종자돈은 인디애나 시절부터 친구였던 토드 와그너와 사업을 벌이는 데 쓰인다. 농구광이었던 두 사람은 인터넷으로 스포츠 이벤트를 생방송을 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오디오넷을 설립한다. 오디오넷이 처음으로 네티즌들에게 알려진 것은 농구시합이 아니라 패션쇼 덕분이었다. 늘씬한 미녀들이 속옷과 드레스를 선보이는 「빅토리아의 비밀 패션쇼」를 중계하자 놀랍게도 행사장에는 150만명이 방문해 당시 온라인 이벤트로서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다.

 그는 방송국 이름을 브로드캐스트컴으로 고치고 본격적인 온라인방송국 문을 연다. 그리고 4년 만에 인터넷방송의 글로벌 네트워크 본부를 구축, ESPN이나 스포츠존 못지 않은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제 브로드캐스트컴에는 420개의 라디오 방송국과 56개의 TV와 케이블 채널, 그밖에 게임과 프로그래밍, 450개 스포츠 팀이 연결돼 있다.

 지난 7월 야후가 브로드캐스트컴을 인수하면서 마크 쿠번은 야후의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오시티스의 경우 300명의 직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해고됐지만 브로드캐스트컴은 280명이 고스란히 야후에 흡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야후가 이 회사를 사들인 것은 스포츠방송 관련 콘텐츠와 서비스를 흡수함으로써 웹을 이용한 멀티미디어 서비스, 특히 오디오와 비디오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미디어 매트릭스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1800만명의 미국인들이 컴퓨터로 오디오와 비디오 정보를 검색하고 있다. 이들 대다수가 향후 케이블모뎀이나 ADSL 서비스 가입의사를 밝히고 있다. 네티즌들이 좋아하는 스포츠콘텐츠로 이들 잠재고객을 유혹하려는 게 야후의 전략이다.

 마크 쿠번은 오늘도 TV 트럭의 행렬과 위성수신 접시에 둘러싸인 빌딩에서 NHL 게임의 1999∼2000 시즌, 메이저 리그 베이스볼 같은 빅 게임의 중계권을 따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는 스타일이다. 컴덱스나 넷월드 같은 전시장에서 그의 연설은 청중을 사로잡는다. 쿠번은 언제나 남들이 정해놓은 룰을 따라하는 것은 심심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자신이 게임의 법칙을 만들고 싶어했다. 그리고 웹에 스트리밍 콘텐츠를 제공하는 인터넷 방송의 룰을 만들어냈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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