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말 창(Windows)을 닫아야 할 때가 온 것인가.」
세계 SW업계의 공룡으로 불리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한 미 연방법원의 독점 판결이 내려짐에 따라 이제 정보통신업계의 관심은 온통 MS가 과연 어떤 방식으로 해체될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이번 판정으로 인해 MS사는 「죽을 맛」이겠지만 그동안 MS의 독주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 왔던 반MS진영은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출판계에선 MS의 행태를 꼬집은 서적들이 새롭게 각광받는 등 재조명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MS의 독점화 과정과 행태를 폭로한 「마이크로소프트 파일부제:빌 게이츠 신화의 거짓과 진실」(더난출판사 펴냄)과 「세계를 터는 강도」(영림카디널 펴냄)가 바로 화제의 책이다.
이 두 권의 책은 올 상반기 비슷한 시기에 출간됐지만 동일한 시기에 서점가에 뿌려진 「빌 게이츠@생각의 속도」의 그늘에 가려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서적판매대 뒤쪽에 밀려나 웬만큼 눈이 밝지 않은 독자 아니면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MS의 독점 판정 이후 두 책이 다시 서가의 앞자리를 턱하니 차지하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 파일」은 빌 게이츠와 그의 왕국인 MS의 성공 신화 및 이면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책이다. 여성 저널리스트인 저자 웬디 골드만 롬은 5년 동안 빌 게이츠를 인터뷰하고 조사를 통해 그가 과연 어떻게 미국과 세계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치까지 성장했는지를 소설 형식을 빌어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20세기 초 스탠더드 오일의 록펠러와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석유재벌인 록펠러가 한 시대를 주물렀던 것과 마찬가지로 빌 게이츠 역시 운용체계를 독점함으로써 정보시대를 자신의 손아귀에 넣으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MS는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사업자들에게 불공정한 계약관계를 강요해 왔다고 비판한다. 컴퓨터 제조업자들이 하드디스크에 MS의 소프트웨어를 미리 설치할 것을 강요한 것이 대표적인 불공정 사례다. 이는 운용체계 분야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타소프트웨어업체의 시장진입을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기에 충분하다.
브라우저 시장을 겨냥한 내비게이터와 익스플로러간 전쟁도 대표적인 불공정 경쟁 사례로 꼽힐 만하다. 뒤늦게 브라우저 시장에 뛰어든 MS는 넷스케이프를 따라잡기 위해 윈도에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끼워파는 등 불공정 행위를 저질렀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저자는 이러한 사건들을 현장감 있게 묘사해 빌 게이츠의 위선을 적나라하게 폭로했다. 지금과 같은 독점적 지배체제가 계속된다면 다가오는 디지털시대의 운명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빅 브라더」처럼 빌 게이츠 개인의 손에 좌지우지될 것이라고 이 책은 경고하고 있다.
또 다른 반MS진영의 서적인 「세계를 터는 강도」는 이탈리아 출신의 정보과학자인 로베르토 디 코스모가 프랑스 저널리스트 도미니크 노라와 나눈 대담을 다룬 것으로, 「마이크로소프트 파일」보다 훨씬 직설적이다.
코스모는 『조지 오웰의 「빅 브라더」는 MS가 보여주는 위험에 비하면 성가대 소년 정도의 순진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MS는 곧 「악」이니 절대로 믿지 말라고 이 책은 설파하고 있다.
MS는 기술에서 실패하고 마케팅으로 성공했다는 게 코스모의 기본적인 시각이다. 툭하면 PC가 다운되는 불완전한 프로그램을 팔아 놓고도 『곧 훨씬 향상된 프로그램을 내놓겠다』며 소비자를 현혹시켰다는 것이다.
윈도3.0을 내놓은 후 잇달아 윈도3.1, 윈도95, 윈도98, 윈도2000을 출시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새 프로그램을 구입하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코스모는 『이력서 쓰는 방식은 10년 전과 똑같은데 문서작성 프로그램은 1년이 멀다하고 바뀐다』고 불평한다.
MS가 내놓은 상당수 프로그램들이 자체 개발한 것이 아니라 유망한 중소기업을 통째로 인수하거나 타회사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사들인 것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게다가 하드웨어업체의 제품에 MS의 소프트웨어가 기본적으로 장착되도록 배타적인 계약을 맺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왔다고 주장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리눅스」와 같은 프리 SW를 사용해야 한다는 게 이 책의 결론이다.
「미래로 가는 길」을 더 이상 MS측에 묻지 말라는 메시지를 이 책은 전하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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