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 최대의 무선호출기 단일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으나 국내업체들에게는 삼키지도 내뱉지도 못할 계륵이 되고 있다.
한별텔레콤·스탠더드텔레콤·와이드텔레콤·에지텍 등 국내 업체들은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무선호출기 국내 수요가 포화상태에 접어들자 앞다투어 중국시장 진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1년도 지나지 않아 중국의 높은 수입장벽, 취약한 가격경쟁력, 현지 영업능력 부재 등으로 수출을 포기하거나 잠정 중단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시장이 수요가 급증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실구매량이 기대치를 밑돌고 가격도 저급해 매력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중국은 인구 약 14억명에 무선호출기 가입자수가 6000만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아직도 잠재가치가 엄청나다.
◇시장규모는 얼마나 되나 =워낙 국토가 넓고 밀수가 성행하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집계할 수 없지만 중국의 무선호출기 가입자는 지난해 5500만명, 올해 6000만여명, 내년 1억1700만여명에 이를 전망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오는 2003년까지 매년 17%씩 고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미국의 시장분석기관인 스트래티지스그룹은 오는 2003년 아시아권의 무선호출기 가입자수가 1억3300만명에 이를 전망인데, 그 중 95%를 중국이 점유할 것으로 예측했다.
앞으로 중국에서 한 가정당 1개의 무선호출기를 보유하는 데 소요될 예측시간은 약 3.92년이다.
◇국내업체 수출현황 =한별텔레콤(대표 신민구)은 지난 2월 중국의 정보통신 국영기업체인 A사에 연간 30만대, 약 1000만달러 상당의 무선호출기 수출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선적하지 못하고 있다. 이 업체의 한 관계자는 『가격면에서 다소 문제가 있어 수출이 지연되고 있지만 계약기간이 내년 6월까지여서 아직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스탠더드텔레콤(대표 임영식)은 지난해 말부터 매월 5000대씩 수출하고 있지만 최근 현지 수입루트가 차단되면서 물량이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현지 합작을 추진하는 대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다는 게 이 업체의 설명이다.
에지텍(대표 김성주)은 지난해 8∼12월까지 100만달러어치를 수출했으나 올들어 중국내 무선호출기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중국수출을 접었다. 지난해 매월 5000∼1만대씩 수출했던 와이드텔레콤(대표 김재명)도 올초 수출을 중단했다.
◇국산의 가격경쟁력이 취약하다 =현재 중국으로 수출되는 국산 무선호출기의 대당가격은 평균 12∼14달러선이다.
국산 무선호출기의 해외수출 수익분기점은 최소 20달러 이상. 동남아시아가 평균 27∼28달러, 북미지역이 25∼35달러인 점에 비춰 중국은 적자시장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중국정부의 수입제한조치로 인해 완제품을 수출할 수도 없다. 부품을 선적한 후 현지에서 임가공업체를 선정해 제조하는 등의 부수비용도 만만치 않다.
◇대안은 없나 =한별텔레콤은 내년 중에 증권정보, 전자메일, 인터넷 브라우징기술을 구현하는 문자호출기를 대당 68달러의 가격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중국내 무선호출기 시장이 단순 숫자호출(Numeric)기능만을 구현하는 제품 위주로 전개되고 있지만, 이 분야에 대한 국산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취약하기 때문에 오히려 고기능·고가상품으로 승부하겠다는 뜻이다.
현지 직접진출의 가능성도 검토해볼 만하다. 중국 정부나 현지 제조업체들이 한국의 정보통신기술을 전수받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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