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의 사업구조
전자·정보통신업계가 반도체 빅딜에 관심을 기울이던 지난 6월 삼성전자는 각 사업부의 마케팅 담당자 20∼30명이 모여 수개월 동안 은밀한 작업 끝에 디지털 사업과 관련된 프로젝트 하나를 마련했다. 「컨버전스(Convergence) 사업전략」이라는 제목으로 된 보고서가 바로 그것이다.
대외비로 분류되어 윤종용 사장에게 보고된 이 보고서의 골자는 삼성전자가 구매력을 갖추면서 새로운 유행을 창조하는 Y세대를 겨냥, 반도체의 기술과 정보통신·정보가전의 기술을 접목해 디지털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미국·일본 업체와는 달리 반도체로 대표되는 부품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이를 기반으로 일본업체들이 강점을 갖고 있는 세트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디지털사업 전략을 크게 개인 휴대형 제품을 중심으로 한 퍼스널멀티미디어, 가정용 제품을 위주로 한 홈멀티미디어, 통신을 위주로 한 모빌멀티미디어로 나누고 이를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이 보고서를 중심으로 2005년 중장기 사업구조를 디지털사업 위주로 전환시키기로 했다. 지난 10월30일 창립30주년을 맞아 선포한 디지털 비전이 바로 이것이다.
삼성전자는 사업구조를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고 △홈멀티미디어 △모빌멀티미디어 △퍼스널멀티미디어 △반도체, LCD 등 핵심부품 등의 4대 전략사업군을 집중 육성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기존 사업인 메모리, LCD, 휴대폰, 모니터 등의 수익을 극대화하며 IMT2000, 디지털 TV, 프린터 등 신규 전략산업을 조기에 세계 일류제품으로 육성, 새로운 미래 성장기반으로 삼아 나가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큰 성장이 예상되는 모빌멀티미디어, 홈멀티미디어분야는 각각 CDMA의 강점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디지털TV를 중심으로 경쟁우위를 적극 확보해 디지털 컨버전스분야의 사업기반을 조기에 추진한다는 것이다.
삼성보다 한발 앞서 「디지털의 꿈」을 꾼 LG전자는 아직 삼성과 같은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 LG전자의 사업포트폴리오를 보면 디지털과 관련된 향후 움직임을 읽을 수 있는데 이를 승부사업, 주력사업, 수익사업으로 구분하고 있다.
승부사업은 디지털 TV와 PDP, 주력사업으로는 브라운관·모니터·텔레비전·광스토리지·에어컨 등이다. 그리고 수익사업으로는 냉장고·세탁기·조리기기·VCR·노트북 컴퓨터 등으로 꼽고 있다. 이 중에서 디지털 사업과 관련있는 사업이 승부사업이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디지털사업은 디스플레이의 강점을 살려 디지털 TV와 차세대 평판디스플레이인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등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반도체 부문을 잃은 이후 한층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LG전자는 디지털에 대한 열정을 갖고 디지털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디지털관련 신규 사업을 구상하기 위해 NBD(New Business Design)라는 팀을 신설하고 취약한 분야인 정보통신부문을 중심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실제로 LG전자는 정보통신분야의 진출과 관련해 현재 해외컨설팅업체로부터 컨설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연내에 디지털사업과 관련된 새로운 작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에 비해 준비는 뒤져있지만 LG전자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고 있다.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디지털사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문일 수밖에 없는 네트워크분야에서 LG전자가 삼성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즉 같은 CU안에 LG정보통신이 있을 뿐만 아니라 관계사인 LG텔레콤에다 현재 데이콤 등 통신서비스업체 인수를 추진하고 있어 사업 전방위적으로 우위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 측의 한 관계자도 『LG 역시 브랜드력과 가전제품의 생산기술력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보통신서비스분야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어 시너지효과가 제대로 발휘될 경우 디지털 분야에서 강자로 부상하게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LG전자는 데이콤이 계열사로 편입되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LG전자는 그때부터 이들 통신서비스회사와 함께 디지털 사업에 대해 힘찬 날개를 펼쳐 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디지털을 향한 꿈은 같지만 이처럼 그리는 그림은 다르다. 현재 두 회사가 영위하고 있는 사업구조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원철린기자 cr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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