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공모를 비롯해 도메인·경품·채용·퀴즈 등 인터넷을 통한 공개모집은 긍정과 부정이 교차하는 양날의 칼과 같은 양면성을 가졌다.
인터넷공모는 네트워크라는 개방형 기술로 많은 사람들에게 폭넓게 참여기회를 제공한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네트워크의 열린 공간은 치명적인 결함도 안고 있다. 대중을 현혹시켜 자신의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가장 손쉬운 공간이 바로 인터넷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빛과 그림자를 함께 내포한 인터넷공모의 대표사례로는 골드뱅크와 닉스가 손꼽힌다. 골드뱅크와 닉스는 각각 인터넷 주식공모와 도메인공모를 국내에서 처음 실시했다.
골드뱅크는 지난해 4월 국내 최초로 인터넷을 통해 주식을 공개모집했다. 국내에서 처음이라는 생소함과 IMF 직후라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골드뱅크는 9억9000만원의 자금을 모았고 곧이어 코스닥에도 상장했다. 투자자들은 돈방석에 앉았다.
골드뱅크의 성공은 에인절이나 벤처캐피털에 국한된 벤처투자를 인터넷을 통해 일반인으로 확장시켜 벤처업체에 투자자금의 젖줄을 터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또 일반인에게 투자기회를 제공했다는 측면에서도 후한 점수를 얻었다.
그러나 인터넷공모를 기반으로 성장한 골드뱅크는 모은 자금을 엉뚱한 데 썼다. 금융업체를 인수하는가 하면 심지어 프로농구단까지 인수했다. 벤처사업에 재투자하기는커녕 전혀 상관없는 사업으로 확장하는 데 골몰했다.
골드뱅크의 인터넷공모에 참여한 한 투자가는 『투자자금의 몇십배에 달하는 이익을 보기는 했지만 투자 당시에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국내 벤처기업이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대형 업체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며 골드뱅크의 행보에 대해 씁쓸함을 나타냈다.
지난 8월 국내에서 처음 도메인공모를 실시한 닉스도 석달이 지난 지금까지 그 파문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닉스 도메인 파문의 실상은 이렇다. 닉스는 8월 중순 전자상거래 사업추진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의 일환으로 닉스에 가장 적합한 도메인을 공모했고 한달 후 「ifree」라는 도메인을 최종 선정했다.
그런데 공모에 참가했던 일부 네티즌은 이 도메인이 개인이 보유한 게 아니라 모 업체 명의의 법인 도메인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이 업체가 닉스에 웹호스팅을 제공하는 협력업체라는 것도 밝혀냈다.
네티즌들은 아울러 도메인에 응모한 개인정보가 닉스에 전달되고 닉스가 이 정보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개연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닉스측은 『투명한 과정을 거쳐 당선작을 선정했으며 협력업체라도 공모에 응모할 수 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도 마케팅 차원이 아니라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인터넷공모에서 발생되는 모든 문제가 주최측의 잘못만은 아니다. 한탕주의로 인터넷공모에 응하는 사람도 상당수에 달하기 때문이다. 골드뱅크가 인터넷으로 주식을 공모할 때 「묻지마」식으로 투자한 사람이 수두룩했다. 닉스의 도메인 공모에도 무려 4000여개의 도메인을 응모한 사람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공모를 법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적절하지도 않을 뿐더러 현실성도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보다는 인터넷공모 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주최측과 이에 응하는 사람간의 지속적인 대화채널을 마련하는 것이 선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몇몇 시민단체들이 인터넷공모의 투명성을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감시단을 조직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정혁준기자 hjjo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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