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는 또한 법률정보 제공업체나 부동산 중개업자들과는 달리 인터페이스를 개방하고 정보를 공개해서 어떤 가치를 잃는다면 그 자리에 다시 새로운 가치가 채워져서 서로 균형을 이룬다는 것도 깨달았다. 기술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가능한 한 많은 고객들을 개발과 판매, 생산과정에 참여시킨다면 메트칼프의 법칙에 따라 거기서 나온 정보는 효용성이 줄기보다 오히려 늘어난다는 것을 안 것이다. 네트워크가 확대될수록 활용성은 배가된다. 이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이런 것이다.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정보를 나눠 줄 것. 고객들은 가져간 것 이상으로 되돌려 준다.」
킬러앱이 거래비용을 쥐어짜면서 대기업의 희생을 바탕으로 개방적 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자 기업들은 그에 맞춰 자신들의 활동을 바꾸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미래의 기업은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오늘날 내부 조직에서나 필요했던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협력업체들에 제공하는 기술을 소유하게 될 것이다. 이제 가상기업이란 개념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급속한 속도로 현실화 되고 있다. 예를 들어 GM이 최근 휴스(Hughes) 일렉트로닉스를 매각한 사실은 독립된 휴스와 다양한 제휴관계를 통해 전과 같은 가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10년전만해도 휴스의 기술을 이용하려면 소유해야 했었는데 말이다.
전세계적으로 기업의 분사와 매각, 다운사이징 열기가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상당기간 지속된 것이어서 유행이라기보다 기업환경의 특징중 하나로 이해하는 것이 옳을지 모르겠다. 기업 구조조정은 새로운 힘과 「기업 축소의 법칙」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이다. 기업규모는 그것이 경쟁력의 원천이 되거나 사업에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면 작아진다. 정보의 디지털화가 주도하는 새로운 힘은 작은 규모이면서 보다 집중적이며 유연한 기업 운영을 가능케 하고 또 필요로 한다.
당신보다 경쟁력이 한발 뒤질지도 모를 신생 경쟁자들은 현재 이 원칙을 따르고 있다. 해체될 인프라가 없는 기업가나 신생업체, 자영업자들은 합작을 가능케 하는 신기술이 개발되자마자 이를 최대한 활용한다. 사무실도, 정규직원도, 물리적 실체도 없는 기업들이 인터넷과 관련기술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전통적인 기업들과 정면으로 맞서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기업은 저렴한 거래비용의 디지털시장을 이용할 줄 아는 개인들이 서로 다른 기술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쉽게 모였다 흩어지면서 느슨한 연합체를 형성한 것이기 때문에 기업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
대기업들은 오랫동안 골리앗들이 지배하던 세계에서 이들 신생기업,즉 디지털 다윗들과 사고 팔고 협력하고 경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일례로 네덜란드에서는 최대 인터넷 접속 서비스업체가 국영전화회사가 아니라 각양각색의 과거 10대 해커들이 창업한 XS4ALL이라는 회사다. 전화회사의 사업모델을 따르지 않았던 그들은 단 몇 달만에 네덜란드 PTT로부터 인터넷 접속시장의 절반이상을 빼앗는 데 성공했다.
새로운 힘은 단 한 건의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한 단기 합작투자들을 촉진시키면서 영구 기업과 장기 계약, 그리고 전략적 제휴 등을 효율적으로 대체해 나가게 될 것이다. 그러한 기업들과 경쟁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경쟁하기 위해서는 전혀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기업으로서는 브랜드나 관계, 전문성 같은 강력한 정보자산이 있기 때문에 그것들을 적절하게 디지털화하고 분배한다면 새로운 경쟁적 우위의 기반을 다질 수 있다.
그러나 다윗기업들로서는 물리적인 자산이 없다. 그들은 노후된 인프라나 관료주의, 가치를 왜곡하는 규제 같은 것도 없다. 우리의 동료 중 한명은 『통제받는 경제에서 틀에 박힌 사고방식이 나온다』고 말했다. 특히 틀에 박힌 사고방식은 통신, 국방, 항공산업에서도 입증됐듯이 되돌리기 어려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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