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요즘 「뜨는」 인터넷 벤처업체들을 보면 불안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하루아침에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긴 했지만 험난한 인터넷 무한경쟁에서 이들이 지속적으로 생존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털의 투자가 유행처럼 인터넷벤처로 몰리면서 이들은 당연히 허리띠를 졸라매고 버텨야 하는 창업초기의 어려움을 거의 겪어보지 못했다. 진흙탕 길을 거치지 않고 단숨에 포장도로를 달려가는 트럭처럼 인터넷의 대로를 질주하게 된 셈이다. 그래서 허약한 모습을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벤처업체들이 뚜렷한 2차 발전모델을 갖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벤처자금을 수혈받고 네티즌의 눈길을 끄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그 이후의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다가 잘 나가던 인터넷벤처들이 코스닥 상장 이후 성장의 한계에 부딪혀 추락하기라도 하면 업계에 미칠 파장은 적지 않다.
「생존의 정글」 인터넷에서 살아남으려면 눈에 띄는 아이디어만 가지고는 곤란하다. 언제나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돼야 한다. 남보다 먼저 한발 앞서가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추월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이른바 「카테고리 메이커(Category Maker)」가 돼야 한다. 일단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에서 주도권을 잡게 된다면 후발업체들이 여간해서는 쫓아올 수 없는 진입장벽을 칠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10대 벤처캐피털리스트 중 한 사람인 엑셀의 짐 브레이어는 벤처의 성공조건으로 끊임없이 「스스로를 드러내는(Showup)」 것을 꼽는다. 그런 점에서 소프트웨어를 사지 않고 인터넷으로 공급하는 ASP(Application Service Provider)분야에 뛰어든 샌프란시스코의 한국계 벤처기업가 코리오의 이종민 사장이나, e베이가 경매로 돈을 벌 때 역경매 사이트를 개설해 인터넷시대의 에디슨으로 불리고 있는 프라이스라인의 제이 워커는 퍼스트 무버들이다.
2차 발전모델이 없다면 더이상 벤처의 미래도 없다. 마케팅과 홍보에 지나치게 돈을 쏟아붓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다. 어떤 분야에서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내는 퍼스트 무버가 하루빨리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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