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모 인터넷 부장
요즘 인터넷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우리나라는 성 표현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지금 미국 포르노사이트로 달러가 새고 있는데 국내 기업만 무작정 이를 막는다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느냐는 반문이다.
서부 개척시대, 황금을 캐기 위해 탄광주변에 괭이나 삽, 청바지를 파는 상점이 문을 열고, 피로에 지친 이들을 달래줄 술집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 이로 인해 자본이 축적되면 은행도 생기고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도시를 형성하는 것처럼 인터넷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포르노사이트를 어느 정도 인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이다.
이 주장에 대해 동의하고 싶다. 악화가 양화를 구하듯 포르노사이트가 생겨 우리의 인터넷산업이 전세계의 선두에 설 수 있다면 정부의 지나친 성 표현에 대한 규제는 어느 정도 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 헌법 제21조에는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명문화하고 있다. 여기서 언론·출판의 자유란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는 것으로 법학자들은 해석하고 있다. 그렇다면 「성 표현의 자유」도 마땅히 이에 속할 것이다. 따라서 인터넷을 통한 성 표현 역시 자유의사에 따라 올릴 수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의 자유만은 아니다. 헌법 제21조와 제37조에는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조항과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도 있다.
이 조항처럼 성 표현의 자유가 너무 노골적이거나 반사회적인 내용(하드코어 포르노그라피)이라면 마땅히 제약을 받아야 한다. 누구에게나 사회라는 우물속에 독극물을 투입할 자유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에서조차 이같은 내용의 성 표현은 엄중하게 다스리고 있다. 우리 역시 그래야 한다.
하지만 사회에서 기본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성 표현(소프트코어 포르노그라피), 즉 성인용 포르노조차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음란물과 성인물을 제대로 가리지 못한 채 단지 나신이나 정사장면만 나오면 반윤리적인 내용으로 치부하려는 것이 어찌 보면 성 억압적인 유교문화에 익숙한 우리의 정서일런지 모른다.
최근 대법원 판례는 「음란물 정의」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기준을 마련한 바 있다.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가의 여부, 성에 관한 노골적이고 상세한 묘사와 서술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가 하는 것이다.
또 구성이나 전개 또는 예술성·사상성 등이 이러한 성적 묘사·서술을 완화하는 정도, 전체를 판단해 주로 호색적인 흥미를 돋우는 것으로 인정되느냐의 여부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되, 이들을 종합해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과 선량한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정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개념정의와 판단기준은 그 내용이 추상적이기 때문에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또 이 기준처럼 보통인의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이나 선량한 성적 도의관념, 건전한 사회통념 등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류기준을 만들어 법조문상의 모호성에서 비롯되는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 이 기준을 만드는 작업은 국가가 일방적으로 하기보다는 민간주도로 이뤄져야 하며, 반드시 매체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또 불특정 다수에게 메시지를 공개하는 방송에서의 성인물 규제 기준과 CD, 인터넷과 같이 개인의 선택에 의해 메시지를 수용하는 기준은 차별을 둬야 한다. 그래야만 일반 성인이 성인물을 즐길 권리가 보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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