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2학년 때 일이다. 친구 두 명과 밤새 포커를 치고 뻘개진 눈으로 목욕탕에 갔다. 평소엔 너무 뜨거워 견디기가 힘들던 탕 안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다.
뜨끈함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을 때쯤 한 친구가 게임을 하자고 제의했다. 「물 속에서 누가 오래 참을 수 있느냐」는 내기였다.
우리는 하나 둘 셋 하면서 코를 막고 탕 속으로 잠수했다. 그런데 난 호흡조절을 못해 10초도 안돼 포기하고 말았다.
고개를 들고 보니 어떤 아저씨가 우리가 하는 짓이 재미있었는지 자신도 머리를 물 속에 집어넣는 게 아닌가.
그후 10초쯤 지나자 다른 친구 하나가 힘에 겨웠는지 고개를 들고 나왔다.
우린 서로의 얼굴을 보고 씩 웃고는 탕 밖으로 나와 샤워기를 틀었다. 그제야 진짜로 오래 버티던 마지막 친구가 물 속에서 머리를 들었다.
참 오래도 버틴다고 생각할 때쯤 그 친구는 우리를 따라 물 속에 들어갔던 아저씨의 머리를 무지막지하게 꾹꾹 누르는 것이 아닌가.
아저씨는 온몸을 허우적거리고, 탕 속에선 기포가 뽀글뽀글 올라오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 친구는 마냥 웃고만 있는 게 아닌가.
「미친놈! 저놈이 밤을 새더니 드디어 맛이 갔구나」 생각하면서도 나와 다른 친구는 너무 황당한 이 상황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냥 쳐다만 볼 수밖에 없었다.
아저씨를 누르던 이 친구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차렸는지 주위를 한번 둘러보다가 우리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곤 얼굴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한 손으론 아저씨를 계속 누르면서 다른 한 손으로 아저씨를 가리키며 눈짓으로 「이건 누구야」라고 애타게 묻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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