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캠코더 "운동회 특수"

 일본 가전업체들은 매년 9, 10월을 전후해 떠들썩하다. 이른바 「캠코더 운동회 특수」를 겨냥해 벌이는 캠코더 판촉전이 뜨겁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이는 이때쯤 발행되는 일본의 주요 경제지와 전자 관련 전문지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이들 신문은 한결같이 그해 캠코더 운동회 특수 규모를 예측하고 이를 겨냥해 일본 캠코더 업체들이 벌이는 마케팅을 집중적으로 보도한다.

 「캠코더 운동회 특수」는 초기 일본 캠코더 업체들이 어린이들의 운동회 철을 겨냥해 대대적인 판촉활동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이 판촉전 덕분에 해마다 운동회 때만 되면 캠코더 수요가 크게 늘었고 「운동회 특수」라는 새로운 호재도 생겨난 것이다. 일본의 부모들은 올해 운동회 때에도 자녀들의 달리기 장면을 캠코더에 담지 않으면 무슨 큰일이나 나는 것처럼 너도나도 캠코더를 구입, 자녀들에게 렌즈를 들이밀었다.

 지난달 국내 유치원과 초등학교 가을 운동회가 한창 열릴 때 소니인터내셔널코리아는 일본의 「캠코더 운동회 특수」를 본떠 「핸디캠 운동회 캠페인」을 벌였다. 캠페인 기간에 캠코더 구입 고객에게 돗자리, 물통, 도시락, 손목밴드 등 운동회 선물세트를 증정한 이 행사는 제품이 모자라 판매하지 못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일본판 캠코더 마케팅전략이 국내시장에도 그대로 먹혀든 것이다.

 소니코리아는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국내 캠코더시장 점유율 목표를 45%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히타치·파나소닉·샤프 등도 국내 시장 공략을 서두르면서 한결같이 한자릿 수 이상의 점유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 목표치만 놓고 볼 때 국내 캠코더 시장의 70% 정도를 일본산 브랜드가 점유하게 된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만 유일하게 캠코더를 생산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국내 캠코더시장에 진출한 일본 업체들의 판매목표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일본 캠코더업체들이 운동회 철만 되면 일본에서 벌이던 운동회 마케팅을 그대로 도입할 것인데 이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도 이때만 되면 캠코더를 사야만 한다는 부모들의 「강박관념」이 생겨나지 않을까 걱정된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