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향해 뛰는 在美 벤처기업가들

인터넷은 서부개척시대 이래 무일푼의 젊은이들이 또다시 도전해볼 만한 황금 비즈니스로 불린다. 하지만 인터넷의 본고장 미국에서 창업한 신생업체가 나스닥에 상장해 "잭포트"를 터뜨릴 확률은 고작 100만분의 6. 그 희박한 꿈을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하는 한국출신 벤처기업가들이 이곳 캘리포니아에서 힘차게 뛰고 있다. 최근 인터넷사업의 본산인 미국 현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계 벤처기업가들을 찾아 이들의 활약상을 살펴본다.

<편집자>

 애플리케이션호스팅서비스업체(ASP:Application Service Provider)인 코리오를 창업한 이종민씨, 인터넷 무료전화 서비스업체 다이얼패드.컴의 안현덕 사장, 쇼핑 비교검색업체 마이사이먼의 양민정·윤여걸 회장. 이들은 모두 독창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현지의 벤처자금을 끌어들여 「고잉 퍼블릭(Going Public)」이라는 목표에 성큼 다가선 벤처기업가들이다.

 감리교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지난 74년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 1.5세대 이종민씨(조너선 리·40)는 요즘 가장 주목받는 인터넷사업인 ASP로 승부를 걸었다. ASP란 전사적자원관리(ERP), 종합고객관리(CRM), 전자상거래(EC) 솔루션 등 다양한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을 네트워크로 공급하는 신사업. 이씨가 지난해 설립한 코리오사는 포털서비스업체 익사이트, 통신장비회사 클라렌트, 스웨덴 에릭슨의 미국 자회사 에릭슨웹컴을 비롯 21개 업체를 고객으로 확보, ASP 비즈니스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이씨는 이미 7600만 달러(약 980억원)의 벤처자금을 수혈받아 이르면 내년초 나스닥 상장을 기대하고 있다.

 이종민씨는 오라클 수석부사장 출신의 조지 카디파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하고 자신은 최고전략경영자로 남아 코리오를 ASP분야의 리딩에지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다이얼패드.컴의 안현덕 사장도 인터넷전화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벤처사업가. 그는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도미, 미시간 주립대에서 이미지 프로세싱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올해 실리콘밸리의 심장인 새너제이에 다이얼패드.컴을 설립했다.

 안 사장은 최초의 웹 기반의 무료전화 서비스로 요즘 실리콘밸리에서 화제의 인물이 됐다. 다이얼패드는 윈도95 이상의 PC와 사운드카드, 헤드폰, 마이크로폰, 인터넷 접속환경을 갖춘 사람이면 누구나 자바 애플릿을 이용해 장거리 전화를 걸 수 있는 획기적인 서비스. 경쟁사 넷2폰이 분당 3.9센트를 받고 있는 데 비해 다이얼패드는 지난달 18일부터 완전무료를 선언, 불과 2주일만에 10만여명의 유저가 등록하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투자분석가들은 다이얼패드가 PC 투 폰서비스를 일부 「컴퓨터 기크(Geek)」로 불리는 마니아들의 취미에서 일반 대중을 위한 상품으로 바꿔놓을 것으로 전망한다.

 재미교포 1.5세 양민정씨(마이클 양·38)와 국비유학생 윤여걸씨(29)는 호흡이 척척맞는 듀오 사업가. 양씨는 84년 제록스 팰러앨토연구소에서 칩디자인 엔지니어로 출발한 후 인터그라프, 텔레비디오, 삼성전자를 거쳐 94년부터 97년까지 3D그래픽 카드업체 재즈 멀티미디어사의 CEO로 재직하면서 회사매출을 100만 달러에서 2000만 달러로 끌어올린 수완가. 또 윤씨는 서울대 전자공학과와 스탠퍼드대 석사를 마친 재원이다.

 이들 두 사람은 지난해 4월, 2만5000달러의 창업자금으로 마이사이먼의 문을 열었다. 마이사이먼은 네티즌이 원하는 상품을 고르면 수천군데 인터넷 쇼핑몰에 진열된 상품의 모델과 성능, 가격을 비교평가해 주는 쇼핑로봇 업체.

 서너평의 옹색한 살림으로 시작한 마이사이먼은 현재 샌타클래라 그레이트 아메리칸 파크웨이에 170평 규모로 옮겼고, 뉴욕타임스와 뉴스위크, 타임 등 현지언론들이 추천하는 쇼핑로봇업체로 자리를 굳혔다.

 이 한국계 벤처사업가들은 모두 미국 명문대를 졸업하고 두꺼운 인적 네트워킹을 확보하고 있다. 또 벤처기업가 정신으로 무장, CEO라는 직함에 얽매이지 않고 필요하면 언제든 전문경영인을 영입할 자세가 되어 있다는 것도 공통점. 이들은 회사를 나스닥에 상장시킬 경우 아마존이나 e베이처럼 새로운 사업모델을 제시할 가능성이 충분한 벤처사업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