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방송법」이 생사의 기로 위에 놓여 있다.
또 다시 정파싸움의 희생양이 될 것인가 아니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돼 21세기 방송산업의 주춧돌이 될 것인가 하는 중대한 갈림길에 놓여 있는 것이다.
사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통합방송법이 처리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적지 않다.
그동안 최대 쟁점 중 하나였던 방송 정책권의 향방을 둘러싸고 정부와 여당간 또는 여야간 대립이 상당히 누그러진 상태인데다 지난 8월 임시국회 때 방송법의 발목을 잡았던 KBS경영위원회 설치문제가 별 무리 없이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 때문이다.
게다가 KBS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방송법을 처리하지 못하면 수신료를 징수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진다는 점도 이번 회기내 방송법의 통과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 여당과 야당도 이제는 지난 5년동안 끌어온 방송법을 더이상 연기할 명분이 없다.
그러나 이같은 주변 정세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수차례 정부 여당의 방송법 통과 약속을 철석같이 믿었던 방송계 인사들은 아직도 미덥지 못하다는 눈치다.
특히 「언론 문건」 유출 사건을 계기로 여야가 극한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방송법 통과 역시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시계 제로」의 상태로 접어드는 느낌이다.
방송계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방송법이 처리되지 못하면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다시 방송법 논의를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상반기중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기 때문에 현재 상정된 통합방송법을 폐기하고 선거 후 새로 구성되는 국회에서 다시 방송법을 상정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통합방송법이 제정돼야만 하는 당위성 중 많은 부분이 의미를 잃어버릴 것이라는 점이 방송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우선 위성방송사업을 준비중인 사업자들은 내년으로 방송법 제정이 이월되면 국내에서 위성방송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기가 사실상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외국 위성을 이용해 방송사업을 추진중인 사업자들이 국내 위성방송시장에서 이미 뿌리를 탄탄히 내리고 있기 때문에 통합방송법 제정 후 출범하는 위성방송사업자들이 위성방송사업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케이블TV와 중계유선의 통합문제도 요원하다. 현재도 케이블TV방송국(SO)과 중계유선이 각자 자신의 길을 가려고 하는데 방송법이 무산된다면 철저하게 시장의 논리에 방임할 수밖에 없다.
이같은 제반 문제점이 드러날 것으로 충분히 예견되는데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더이상 통합방송법 처리를 미룬다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 분명하다.
일단 3일부터 13일까지 국회 상임위 일정이 잡혀 있다.
이 기간중 열리는 문화관광위원회에서 통합방송법에 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야가 협상 테이블에 앉아 서로를 맹비난하다보면 어느덧 올해 정기국회 일정도 훌쩍 가버린다.
방송계 인사들은 이번에도 정치적인 쟁점에 휘말려 방송법이 또다시 공전되지 않을까 걱정스런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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