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스페이스 나빈 제인
소프트웨어 황제 빌 게이츠와 인포스페이스 CEO 나빈 제인 중 누가 더 똑똑할까? 믿을 수 없을지 모르지만 미국 언론들은 정답이 나빈 제인이라고 말한다. MS사의 천재적인 프로그래머로 명성을 날렸던 나빈 제인은 지금 경영자로 변신해 인터넷 서비스업체 인포스페이스를 이끌고 있다.
60년 인도 출신의 나빈 제인(39)은 스무살에 뉴델리를 떠나 미국 뉴저지로 왔다. 버로(지금의 유니시스)사에서 잠시 일을 하면서 그는 4계절 후텁지근한 뉴델리와는 딴판으로 혹한이 계속되는 뉴저지의 날씨를 참을 수 없어 결국 서부의 베이 에어리어를 찾아간다.
89년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하게 된 제인은 뛰어난 프로그래머로 MS도스를 비롯해 윈도NT, 윈도95 등 중요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그는 유능한 마케팅 담당자이기도 했다. 소비자의 요구를 분석해 소프트웨어의 개발방향과 MS의 내부전략을 찾아냈다. 그는 후에 『빌 게이츠를 위해 일할 때는 누구나 자신이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모른다. 왜냐하면 MS에서는 누구나 다 똑같아 보이기 때문』이라고 MS 시절을 회고했다.
96년 4월 인터넷 디렉터리 서비스 업체 인포스페이스를 설립할 때 그는 『처음 집을 떠나게 된 10대처럼 불안한 심정』이라며 엄살을 떨었다. 하지만 자신 없는 말투와 달리 인포스페이스는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제인의 전략은 인터넷 포털을 포기하는 것이었다. 많은 업체들이 콘텐츠로 무장한 인터넷 포털이 되고 싶어 하지만 제인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대안을 찾았다. 야후나 AOL, MSN 같은 빅 플레이어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기보다 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포털의 포털」 역할을 맡기로 한 것. 포털업체들이 혼자서 모든 분야의 정보를 커버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계산이었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인포스페이스는 라이코스, 익사이트, 플레이보이, AT&T 등에 정보를 제공하면서 주가를 높였다. AOL도 인포스페이스의 디렉터리 서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옐로 페이지와 화이트 페이지, 지도·광고·실시간 증권정보·비즈니스 이벤트 등 다양한 콘텐츠를 포털업체에 제공한다. 인터넷뿐만 아니라 이동전화·무선호출기·PDA·비디오게임기·세트톱박스·스크린폰·항공 키오스크와 공중전화에도 정보를 보내준다.
인포스페이스의 장점은 필요한 것은 뭐든지 찾아낼 수 있는 인터넷 최대의 디렉터리 서비스라는 데 있다. 룩셈부르크에서 사업을 시작하려 할 때 필요한 전화번호는 다 나와 있다. 레스토랑·주식·뉴스·별점까지 별의별 정보를 모두 제공한다.
올들어 인포스페이스는 다양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고도 데스크톱 환경에서 아이콘을 클릭하는 것만으로 인터넷 디렉터리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사용자들이 인터넷 경매를 위한 쇼핑서비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추가하고 있다.
나빈 제인은 레드헤링이 손꼽은 「97년을 빛낸 디지털기술 분야 20인의 기업가」 중 한 사람이다. 레드헤링의 편집자 제이슨 폰틴은 그를 가리켜 최고의 기업가를 상징할 만한 모델 같은 인물이라고 평했다.
제인은 21세기에 대해 『언젠가는 토스터도 인터넷에 연결될 것이다. 그리고 거기엔 인포스페이스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정보가전 시대에 인포스페이스는 토스터에 날씨나 별점 같은 콘텐츠를 실어나르게 될 것이라고 그는 확신한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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