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용주의 영화읽기> 책상서랍속의 동화

 제목은 언뜻 해묵은 감성으로의 여행을 느끼게 하지만 「책상 서랍 속의 동화」는 현재 중국의 모습이며 사회에 대한 냉정한 시선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담긴 영화다. 장이모에게 두번째로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안겨준 이 영화는 많은 부분에서 그가 첫번째로 수상했던 영화 「귀주 이야기」와 닮았다.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단순한 스토리 구성과 농촌에서 출발한 자연스러운 스타일의 실현이다. 내용적으로도 남편의 억울함을 벗기기 위해 억척스럽게 도시로 찾아왔던 귀주의 모습처럼 「책상 서랍 속의 동화」에서는 13세의 대리선생이 아이를 찾아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도시를 찾는다. 다만 「귀주 이야기」에서는 만삭의 귀주로 분한 공리의 변신을 지켜보는 즐거움이 있었다면 「책상 서랍 속의 동화」에서는 아이들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그 공백을 메운다.

 특히 출연진이 모두 비전문 배우라는 사실은 전작에 비해 영화의 다큐멘터리적인 사실성과 천연덕스러운 즐거움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긴장감과 갈등은 없지만 중국 농촌의 교육현실이라는 사회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세상을 따뜻하고 여유롭게 하는 넉넉함이 의도된 영화다.

 시골마을의 유일한 선생인 가오가 한달간 학교를 비울 수밖에 없게 되자 촌장은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13세 소녀 웨이민츠를 대리교사로 데려온다. 아는 노래도 한곡밖에 없는 엉터리 교사지만 다른 대안이 없다. 웨이민츠 역시 급료로 받기로 한 50옌 때문에 온 것이다. 가오는 웨이민츠에게 26개의 분필을 주며 하루에 하나씩 아껴 쓰길 당부하고 만약 아이들이 한명이라도 떠나지 않으면 10옌을 더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떠난다.

 아는 것도 별로 없고 가르쳐 본 경험도 없는 웨이민츠는 가르치는 일보다 가오 선생이 시킨대로 해가 떠있는 동안 아이들을 교실에 붙잡아두거나 아이들이 도시로 떠나지 않도록 붙잡는 일에 더 신경을 쓴다. 그러던 중 말썽꾸러기 장휘거가 돈을 벌러 도시로 떠나자 그를 찾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벽돌을 날라 여비를 마련한 뒤 도시로 향한다.

 영화는 교육의 환경에서 철저히 소외되어 있는 농촌과 도시를 대비하며 사회적인 문제를 꼬집지만 한편으로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시골교사로 왔던 웨이민츠의 성장일지를 통해 관객과 공감대를 형성해 간다. 아이들의 싸움을 모른 척하고 돈을 구하기 위해 학생들을 윽박지르는 대리교사의 모습은 사실 아이들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장휘거를 찾아나서는 웨이민츠는 그녀가 부딪히는 현실을 통해 한층 성숙해간다.

 장이모 감독의 건조하리만큼 단순해진 스타일은 오히려 사람과 사회의 시선을 유머러스하고 정직하게 담아내고 있으며, 이것이 「책상 서랍 속의 동화」를 「잘 만든 선전영화」라는 비방에서 구원하고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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